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화요글밭]

요즈음 구청직원들은 단속활동에 바쁘다. 건축, 주·정차, 노점상, 광고물, 장애인주차장관리는 물론 복지시설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지치고 고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단속 활동의 원인들이다. 법과 제도 등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해 구청에서 스스로 하는 자발적 단속이 아니라 시민 서로의 고발에 의한 것이 많다.

많은 단속활동이 이웃 간의 사소한 다툼이나, 업소 간·직종 간 이해관계의 얽힘 혹은 공익적 제보에 의한 보복성 고발행위에서 이뤄진다. 또 이런 경우 지역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무차별적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이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 건의 고발로 인해 수십 년간 이웃으로 살았던 주민들이 적이 되고, 한 마을의 인심이 황폐화된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업무 부담이 폭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정자 역할도 해야 하기에 무척 당혹스럽다. 오죽하면 단속부서는 구청 업무 중 3D(dirty, difficult, dangerous)업종으로 취급되며 근무하기를 꺼리겠는가.

구청장의 일도 그렇다. 형식면에서는 직원들의 그것과 다르지만, 내용면에서는 같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구청장의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은 사람을 만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 할애된다. 때로는 현장에 나가 듣기도 하고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만나는 분들은 사연도, 신분도, 요구방법도 다양하다. 높은 사람을 많이 알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권력형을 비롯해 법도 필요 없고 내 일이 관철되지 않으면 드러눕겠다는 조폭형,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는 읍소형 등이 있다. 그러나 결론은 '내 일을 해결해 달라 것'에 도달한다.

여러 가지 민원 중에 필자를 깜작 놀라게 하는 것은 내 일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주변의 많은 불법행위와 그것을 처벌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행위로 모조리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의 절박하고 욱하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발이 남용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할 것인가. 물론, 공익성 제보나 고발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권장돼야 하고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한 건의 보복성 고발은 또 다른 악성고발을 낳고 양산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시간낭비와 비용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불신의 골이라는 깊은 상처만 남길 따름이다.

필자가 굳이 공무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춰 낸 것은 그런 민원들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서로 한발 씩만 양보하면 해결될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구청의 직원들은 갖가지 민원에 대해 '백가지 안 되는 이유보다 한 가지 되는 이유'를 찾고자 노력한다. 어떤 형태의 민원이든 마주 앉아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과 고민이 서로에게 전도되곤 한다. 공무원은 민원인의 입장이 되고, 민원인은 공무원의 입장을 받아들여준다. 이야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눌 때가 되면, 들어준 것만으로도 해결되는 것을 경험한다.

우리 사회에 어느 한 곳이라도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사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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