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원 충북도 보건정책과 역학조사관
[투데이춘추]

창밖으로 보이는 새하얀 목련이 어느덧 완연한 봄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따뜻한 꽃 향기가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계절이지만 이럴 때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A형 간염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A형 간염 발병이 급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전국 A형 간염 환자 수는 1307명, 2015년에는 1804명으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4675명으로 159%나 증가했다.

A형 간염은 특히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병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3~5월 사이에 발병한 전국 A형 간염 환자 수는 1971명이다. 1년 전체 A형 간염 환자 수의 42.1%를 차지했다. 올해는 1~2월 사이에 발생한 전국의 환자 수는 833명으로 이는 지난해 동일 기간 발생한 환자 수 501명에 비해 66.2%나 증가한 수치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염증성 간 질환으로 주로 급성 감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B형, C형 간염과는 달리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서 주로 감염된다. 또,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가족에게 전파되거나 단체생활을 하는 군대, 학교 등에서 집단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는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이 보이며 지나가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증세가 심해져 일부 다른 간 질환을 앓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반면, B형이나 C형 간염과는 다르게 만성화되지 않고 대부분은 완전히 회복되며 이후에는 평생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기게 된다.

아직 A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 약은 개발되지 않아 보통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요법이 주된 치료방법이다. 닭가슴살이나 두부 같은 고단백 식이요법도 도움을 준다.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노출 후 적어도 2주 이내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접종 대상은 영·유아와 20∼30대 성인 중 예방접종력이 없거나 A형 간염을 앓은 적이 없는 사람이 해당된다. 성인은 6∼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게 된다.

올해 3월에 발생한 전국 A형 간염 환자 수가 271명이다. 벌써 연초부터 유행 조짐을 보인다. 봄철에 이런 유행 양상을 꺾지 못한다면 전체 환자 수가 작년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건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A형 간염은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85℃ 이상에서 1분만 가열해도 바이러스가 사라지기 때문에 끓인 물을 마시거나 충분히 익힌 음식을 섭취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 개인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므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예방주사를 맞으면 95%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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