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액체·기체 이어 4의 물질
지구 환경보전 이용가치 부각
농산물 부패균 생성억제에 도움
잔류농약 분해 신기술도 개발

▲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플라즈마를 활용해 신선과일을 세척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옛말에 ‘번개가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 이 말은 농부들의 경험이 만들었다. 번개가 많은 해에 유난히 대풍이 많았던 덕분이다.

경험은 생각보다 과학적이다. 국가핵융합연구원에 따르면 플라즈마 상태인 번개는 공기 중 산소와 질소를 화합시켜 식물 생장이 도움을 준다. 식물은 공기 중 질소를 그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번개가 많이 칠수록 비료 화합물로 대체할 수 있는 질소의 공급량이 많아진다.

농부의 지혜가 만든 이 말은 ‘플라즈마로 질소를 식물에게 공급해 식물의 생장을 원활하게 한다’는 과학적 언어로 순화할 수 있다.

이처럼 기체 상태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하면 기체 분자를 이룬 원자들의 연결고리를 끊는다.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핵과 전자도 분리되는 전리현상이 발생한다. 양전하의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분리돼 기체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상태를 ‘플라즈마’라고 한다. 플라즈마는 고체·액체·기체에 이어 제4의 물질로 불린다. 우주에 수많은 별과 그 사이를 채우는 성운, 블랙홀 등 우주공간의 입자가 모두 플라즈마 상태다.

◆일상으로 다가온 플라즈마


우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즈마는 우리 곁 가까이에서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플라즈마는 전기적·광학적·열적·화학적 성질 및 역학적 성질 중 기반에 따라 많은 응용분야로 나눌 수 있다. 플라즈마는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건물 간판의 네온사인 등 조명용 방전관에 활용된다.

기체 레이저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에도 플라즈마는 이용되고 있다. 플라즈마의 독특한 성질을 잘 이용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뿐 아니라 나노·환경·에너지기술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 있다. 예컨데 플라즈마는 지구 환경보전에 이용 가치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농식품 분야에서 플라즈마 활용 연구가 활발하다. 플라즈마 기술을 농업에 도입해 농산물의 살균과 부패방지, 잔류농약 등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기술이 개발돼 안전 농산물 생산과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농산물 부패율도 줄이는 플라즈마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플라즈마 기초기술 연구·원천기술 확보로 다양한 산업에 플라즈마를 적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농장에서 식탁(Farm to Table)에 이르는 농식품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플라즈마 농식품 융합기술 개발로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하고 있다. 플라즈마연구센터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감귤연구소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품의 발아·생장·포장·유통·저장에 이르는 농업 전주기에 걸쳐 플라즈마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엔 농촌진흥청과 비열플라즈마 기술로 수확한 감귤의 부패균 생성 억제 기술을 개발했다. 감귤은 수확 후 저장·유통 과정에서 상처나 충격으로 부패균에 오염돼 썩게 된다.

이러한 현상 해결을 위해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는 감귤 저장고에 비열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설치해 감귤 부패균 억제에 일조했다. 항균 활성을 지니는 플라즈마 형태의 기체가 감귤 주요 부패균인 페니실리움균을 억제해 감귤 부패율을 감소시켰다.

감귤 저장고에 비열플라즈마로 발생한 고농도 오존 상태에서 섭씨 10도로 처리한 후 온주밀감을 49일 저장하면 부패율이 무처리군 7.4% 감소한 5.8%로 나타났다. 만감류인 한라봉과 세토카는 56일 동안 각각 부패율이 3.7%가량 감소했다.

플라즈마로 농산물 잔류농약을 분해하는 신 기술도 개발했다. 고추·토마토·사과 등에 60여종의 농약을 처리한 후 플라즈마 장치에 3분 동안 넣어 둔 결과 80~90% 이상 농약이 분해됐다. 이 기술은 기존 잔류 오염물질 제거방법인 오존처리방법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무해해 별도 세척을 거치지 않아 장기간 유통이 필요한 농산물에 도움이 된다.

국가핵융합연구소 관계자는 “플라즈마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면 농산물 저장과 유통 중 발생하는 부패와 무게 감소, 농약과 중금속 등 이물질도 깨끗이 처리해 농산물 안전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도 높여 주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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