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산농가가 사육하는 가금류가 많을수록, 축사가 하천에서 가까울수록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률이 높았다는 빅데이터 분석결과가 나왔다. 밀식사육이 AI발병에 취약하다는 의견은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누차 제기돼 왔다. 또 철새가 서식하는 하천 근처의 축사는 AI 발병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추론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10만수 이상 가금류를 사육하는 농가의 AI 발병률은 36.17%로, 4000수 미만 사육 농가의 발병률 0.07%보다 무려 548배나 높았다. 하천과 거리가 200m이내인 농가의 AI 발병률은 3.78%로, 2㎞ 밖에 있는 농가의 발병률 0.1%보다 37.2배 높았다.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충남도와 도내 가금류 사육농가 5000 곳을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2016년 11월~2017년 1월까지 충남도내 농가에서 발생한 AI와 2400여 곳의 하천?저수지 현황을 참고했다.

AI 발병이 사육두수 나아가 하천으로부터의 축사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석결과 반경 1㎞ 이내에 대규모 사육농장이 밀집해 있는 경우 발병률이 유독 높은 특성을 나타냈다. 하천이 아닌 저수지와 사육농가의 거리는 발병률과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AI 매개체인 철새가 주로 하천에 서식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밀식사육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대비 수익성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니 '동물복지'는 사라진지 오래다. A4용지 한 장도 채 되지 않은 면적에 다닥다닥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자라는 가금류는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받기 쉽고 면역력이 떨어져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시작된 AI사태는 거의 진정단계에 들어갔으나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약 5개월 동안 35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AI 발병은 연례행사화 되다시피 했다. 빅데이터 분석결과는 AI 예방에 활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밀식사육 농가와 대규모 축산단지는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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