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시선]

부산광역시의 공식블로그 ‘쿨부산'에 보면 공무원 채용시험과 관련해 이런 문구가 있다. ‘아~ 공무원 정말 되고 싶습니다. 하늘이 내린 천직, 공무원. 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들, 따끈따끈한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시가 소방공무원을 포함해 올해 636명의 공무원을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마음 편히 햇볕한번 쬐지 못하고 독서실 구석에 찡 박혀 오로지 공부만 하고 있는 '공시생'들을 위해 부산시 공무원 채용정보와 인재상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이다. 또한 부산시가 원하는 공무원 인재상에 대해서는 ‘공시생 중에는 정년이 보장되었으니, 일이 쉬울 것 같아,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공무원을 해야겠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인재를 원합니다. 내 형편만, 내 사정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아닌, 이웃이, 친구가 어떤 상황인지를 듣고, 돌아볼 줄 아는 성품을 가진 인재 말입니다. 여기에 남을 보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데도 게을리 하는 사람이 아니면 더욱 좋겠죠. 물론 여유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라고 적혀있다.

대한민국에서 2번째 대도시인 부산시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을 맞이하는 광역시의 비전이 이러한 정도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이가 없다. ‘내 형편만, 내 사정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아닌, 이웃이, 친구가 어떤 상황인지를 듣고, 돌아볼 줄 아는 성품을 가진 인재’라니 대한민국이 원하는 공무원의 기준이 이 정도이면 되는가? 이웃과 친구라는 표현은 아마도 시민을 그렇게 가까운 가족처럼 보살피고 염려하고 이웃을 위해 희생하고 도움을 주고 꼼꼼하게 챙기라는 뜻일 것이다.

최근 '어공'과 '늘공'이라는 신조어 표현이 국정농단사태에서도 회자됐다. '어쩌다 공무원'과 '늘 공무원'을 표현하는 말들인데 사람들은 불편함을 드러낸다. 공무원을 지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평생직장 보장일 것이다. 업무는 후순위 고려사항인 듯 싶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공적 영역의 업무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과는 다른, 이른바 공공성·공정성·객관성이 요구되는 것이기에 앞에서 말 한 것처럼 친구나 이웃 운운이 불편한 것은 분명하다.

'유엔미래보고서'에 보면 미래의 세계경쟁력은 국가가 아니라 그 국가의 도시가 곧 경쟁력이라 했다. 대한민국은 약 250개의 도시가 있다. 250개의 가까운 지자체가 곧 강력한 대한민국을 이끌고 세계에서 자랑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서울 근교 어느 도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이런 말을 했다. '미치지 않았으면 결코 성공시키지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각 도시에서 한두 명의 미친 듯이 해보고 싶은 열정을 가진 사람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어떤 어려운 일이든 '청주'는 분명히 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원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추상적인 공정성이니 공공성이니 이런 말들 보다는 친절과 미소가 아닐까. 그리고 특정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자세한 설명, 특히 뒷북치는 식의 해명이 아니라 미리 미리 사태의 전개에 대해 알려주는, 성심성의를 다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모든 공무원이 주민자치센터의 직원처럼 늘 친절하지는 않아도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이른바 국민들의 공복이라는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직도 당신은 '왜 공무원이 되었습니까?'라고 묻고 싶은 공무원들이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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