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한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시선]

화사한 햇볕 아래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등 봄꽃들의 향연이 곳곳에서 펼쳐져 마음 설레게 하는 요즘이다. 봄꽃 하면 어느 사이 벚꽃이 대표 자리를 차지해 벚꽃의 개화시기와 축제 소식이 곧 봄소식이 됐다.

우리나라의 봄꽃은 하얀 눈 속의 동백,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으로 개화하는 특징이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들어서는 꽃 피는 순서도, 시기도 예측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대서 정신없을 정도였다. 정신없게 하는 건 꽃뿐 아니다. 짧게 왔다 가는 봄도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동장군 기세에 눌려 지내던 봄이 오는 듯 하다가 어느 사이 여름에 자리를 내준다.

늘 허겁지겁 가는 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갖는 건 나만의 심정일까?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3월,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5월, 점점 짧아지는 봄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상기온 현상이 점차 잦아지면서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까지 하게 됐다. 지난해 대전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변화 인식 조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조사대상의 87% 이상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으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또한 50% 이상이 우리 지역의 기후변화가 심각한 것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이제 정말 ‘봄을 봄답게’, ‘겨울을 겨울답게’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 돼가고 있다.

오는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환경 보호를 생활 속의 실천운동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구의 날을 전후한 1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고 저탄소생활 실천의 중요성 홍보와 시민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산타바바라 해상에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1970년 4월 22일 처음 시작됐으며, 우리나라도 1995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올해 기후변화주간에 대전시도 저탄소생활 실천 홍보 캠페인, 기후변화 관련 전시회, 교육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4월 22일 오후 8시부터 10분간은 시청과 구청 청사, 한빛탑, 엑스포 다리, 목척교 등의 주요 상징물 조명을 일제 소등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과 실천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에너지 절약, 자원 절약이다. 온실가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교통수단, 냉난방, 생활용품 사용 등 우리의 활동 중에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그동안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함과 익숙함에 젖어 마음속으로 지구를 걱정 하면서도 걷기 보다는 자가용에 의지하고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될 일회용품을 즐겨 찾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돌아봐야 할 것이다.

혹시 ‘기든스 딜레마(Giddens' Dilemma)’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가?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범지구적인 중요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도, 일상에서의 편리함과 익숙함을 포기 못해 구체적인 해결을 위한 실천을 등한시 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 조금 불편하더라도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장바구니의 미학과 손수건과의 외출을 즐기는 저탄소 친환경 생활실천을 습관화해 보자. 그래서 지구 온도는 내리고 우리 건강은 올리고, 우리가 어렸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 후손들이 아름다운 이 봄을 좀 더 길게 느껴볼 수 있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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