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진 K-water 수질연구센터장
[시선]

5월을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때문이 아니다. 징검다리 연휴와 이때를 이용한 해외여행 때문이다. 오는 5월엔 평소 쉽사리 엄두내지 못하던 먼 나라 여행을 1, 2일 연차로 가능한 탓이다. 나라밖 여행은 어느 정도의 기대와 설렘을 동반한다. 낯선 세상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겠으나, 필자는 조금 다르다.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걱정은 유쾌하지 않았던 경험 탓이다. 20여 년 전 동남아 모처에서 물 때문에 곤욕을 겪은 바 있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온종일 즐겁게 쏘다니다 저녁을 맞이했다.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복통에 설사가 더해졌고, 결국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물어물어 찾아간 병원의 의사 진단은 '물갈이'였다. 특별한 질병이 아닌 물을 바꿔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종의 증상이란다.

배탈, 미열, 복통, 구토, 설사 등을 수반하는 '물갈이'는 위생수준이 낮은 지역을 여행할 때 많이 겪는다. 해외여행객의 약 30~50%정도가 '물갈이로 인한 배앓이'를 경험한다고 한다. 주원인은 오염된 음식과 물로 인한 미생물 감염이다. 박테리아에 의한 세균성 장염인 경우가 약 80%정도 된다. 이밖에 석회수가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비교적 깨끗한 우리 수돗물과는 달리, 다른 나라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유럽, 북미, 북아프리카, 호주, 일부 아시아 국가가 그렇다. 석회 수돗물은 배앓이 등 일시적 증상뿐 아니라, 오래 마시면 신장결석이나 담석증 등을 앓을 위험도 있다.

석회질은 일종의 미네랄이다. 지층, 지형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원(水源)에 따라 함유량이 다르다. 보통 퇴적암 지역은 칼슘과 마그네슘 비율이 높다. 석회암 지역과 화강암 지역은 칼슘 비율이 높고, 현무암 지역은 마그네슘 비율이 높다. 우리 물에는 연수(軟水)가 많다. 산이 많고 국토의 기복이 심해 물 흐름이 빨라 지층의 미네랄 흡수기간이 짧아서다. 유럽은 다르다. 석회암층이 많고 지형 또한 평평하다. 물 역시 석회질 함량이 높은 경수(硬水)가 대부분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의 수돗물은 석회함량이 높지만, 수돗물 음용률은 약 70%나 된다. 석회성분에 예민한 여행자는 따로 생수 등을 구매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호주의 수돗물은 유럽에 비해 석회질 함량이 낮아 식수로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다.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북서부, 뉴잉글랜드 등의 수돗물도 석회질 함량이 낮아 음용에 별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이밖의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수돗물 음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대만과 일부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의 수돗물도 석회함량이 높아 마시기에는 무리가 있다. 북아프리카 지역 수돗물도 음용불가다.

오늘날,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가 인정할 만큼 깐깐하게 관리되고 있다. 취수원에서부터 각 가정의 수도꼭지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걸쳐 먹는 물 수질기준에 K-water 자체 관리기준을 더한 300여 개 항목을 검사하고 있다. 깨끗할 뿐만 아니라 물맛도 뛰어나다. 이는 수돗물 맛 대회에서 세계 7위에 뽑힌 것으로도 증명된다.

5월, 징검다리 황금연휴가 코앞이다. 많은 분들이 즐겁게 나라 밖을 여행할 것이다. 어련히 알아서 준비하겠지만, 미리미리 여행할 나라의 수돗물 사정도 파악해 보기를 권한다. 잠깐 동안의 인터넷 서핑이나 귀동냥으로 각자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결코 손해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 우리 수돗물이 얼마나 믿고 마실만한 소중한 물인지 제대로 알고 깨닫게 된다면, 이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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