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데스크칼럼]

얼마 전 한 지역건설업체 관계자와 자리를 함께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사업으로 흘렀다.

청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큰 공사에 참여하려 했는데 입찰조차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지역업체지만 실력도 인정받고 있고, 대기업과의 거래 실적도 있는 업체다. 이 정도 수준의 업체가 지역에서 벌어진 공사에서 입찰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기자에게도 충격이었다.

토로는 이어졌다. 타 지역에서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지역색이 강한 경상도·전라도 등에서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지자체 공무원과 업체,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마지막 호소는 이랬다. “다른 지역은 못 들어가면서, 안방은 내주고 있다. 계속 이러면 결국 말라죽게 돼 있다.”

지역건설업체들이 비슷한 호소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친김에 청주지역 자료를 받아봤다. 지난해 청주지역에서 진행된 민간업체 공사의 하도급 총 계약금액은 2562억 8300만원인데 지역업체의 기준이 되는 충북도내 업체가 계약한 실적은 445억 7400만원으로 17.3%에 불과했다.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지원조례’의 목표치인 70%에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친다. 지역에서 공급하는 자재 역시 40%에 불과했다.

건설은 기본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크다.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만들고 목표를 정해 지원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유독 충북에 있는 기업들은 안방에서 조차 주인 행세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기본적으로 관련 조례는 있지만 지역업체 하도급을 무리하게 요청하면 협박과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아슬아슬하다. 잘못하면 공무원이 처벌될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사례도 있다.

또 지역업체가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단가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대규모 공사에 참여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말도 일리는 있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기도 하다.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는데 어떻게 기술력을 쌓고 원가절감의 노하우를 배우겠는가. 일정 수준에 올라오기까지는 지자체의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지역업체가 기술과 실력이 없다고 단정 지어버리면 그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자체의 의지다. 10여년 간 행정기관을 출입하면서 어떤 사업이 안 될 때 그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이 들은 답변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서”다. 그런데 어떤 사업이든 ‘예산과 인력이 넉넉해서’ 손쉽게 잘 되는 경우는 없다. 단체장과 중간간부, 실무자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강한 의지로 밀어 붙일 때 ‘부족한 예산과 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

강한 의지와 함께 전담 조직도 필요하다. 현재 충북도와 도내 각 시·군에 전담팀은 없다. 각자의 고유 업무에 지역건설업체를 지원하는 업무가 더해져 있다. 아무리 단체장들이 강조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전담조직이 있어야 실적을 올리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역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지자체와 단체장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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