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시선]

최근 보도를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가 필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주인공은 영국 하틀리플 지역에 사는 시각장애인 남성 폴 파이팅과 함께 생활하는 안내견 이안(Iain)이다. 어느 날 폴은 그의 아내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이안이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상한 느낌에 1층으로 내려간 폴은 코를 찌르는 유독가스 냄새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시 집안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시켰다. 오래된 냉장고에서 유출된 유독성 암모니아 가스가 온 집안에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1층에는 6살짜리 손자가 잠을 자고 있어 자칫 목숨도 잃을 수 있었다. 폴은 “이안은 나의 친구이자 영웅”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일반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주인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수동적인 입장에서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점을 감안해볼 때 폴과 이안의 사연은 이미 둘 사이에 가족 이상의 친밀감이 형성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안내견은 외출할 때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나 집에서나 24시간을 주인 곁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안내견들은 주인이 장애가 있다고 차별하거나 싫어하지 않으며 오히려 하루 종일 주인과 지낼 수 있어 여느 개들보다는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에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는 인간이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장애인들에 관해 어리석은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 구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있다. 오는 20일이면 지역의 장애인들에게 행복쉼터가 될 ‘동구 아름다운복지관’이 구도동 안골로 49 남대전종합물류단지에서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제37회 장애인의 날에 맞춰 개관하게 돼 더욱 뜻깊다.

2015년 11월 착공해 지난해 말 준공한 바 있는 아름다운복지관은 지하1층, 지상3층 연면적 2765㎡ 규모로 재활치료실, 정보화교육실, 체력단련실, 다목적강당 등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민간위탁과 함께 시설, 프로그램 등에 관한 만반의 준비작업을 거쳐 내실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서의 면모를 대내외에 드러낼 전망이다. 특히 복지관 이용자들의 교통편의와 접근성 확보를 위해 주차장 확충과 함께 최신형 저상버스로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며 또한 시내버스 1개 노선도 연장 운행할 방침이다.

이제 우리 구에는 2015년 5월 개관한 중부권 유일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인 시립 손소리복지관과 함께 이번에 동구 아름다운복지관이 개관함으로써 장애인 특성별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장애인복지 모범도시라는 위상을 확실히 갖추게 됐다. 이러한 시설인프라를 바탕으로 장애인들이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재활서비스와 여가선용의 기회를 갖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취업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의 외부 활동을 꺼려하던 부끄러운 시절도 있었다. 장애인의 통행권 등 각종 사회적 권리들을 충분히 보장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삐뚤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바라본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아닐까싶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