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선 ETRI IoT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젊은과학포럼]

국민안전처에서 조사한 사고 발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사고 건수는 27만건 이상으로 점점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발생한 사고 건수는 31만 5736건으로 이중 사망자가 6434명, 부상자가 37만 9922명에 이른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재난 상황을 예측하고 초동 대처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하 IoT)은 재난이나 재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IoT는 유·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IoT 기술을 통해 생활공간 및 업무공간에서 가스누출, 화재, 누전과 같은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 또한 태풍, 홍수, 가뭄,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감시하고 적시에 대응할 수도 있다.

필자가 속한 ETRI IoT연구본부 재난·안전분야 연구팀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IoT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재난 상황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연구팀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구조 활동을 마치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돕는 IoT 기술이다.

구조대원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길을 잃거나 고립돼 돌아올 수가 없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화재현장과 같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는 구조대원들의 시각은 90% 이상, 청각은 1000분의 1 수준까지 둔화된다. 구조·안전 장비 착용으로 촉각, 후각 등의 감각 활용은 쉽지 않다. 특히 통신, 전기, 환기 등의 인프라가 소실된 극한·열악의 현장에서는 주변의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귀환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본 연구팀에서는 인프라가 소실된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고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 증강인지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기술로 IoT 기반 증강인지 커넥티드 헬멧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본 시스템 기술은 극한·열악의 환경에서도 재난 대응에 필요한 인공감각 정보를 수집해 만들고 서로 공유함으로써 현장대응에 필요한 위험인지와 귀환경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본 기술을 통해 많은 구조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안전하게 업무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재난·안전분야 연구를 함에 있어 재난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도전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때론 느낀다. 하지만, 연구진 모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을 연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소방관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연구진들은 스스로 다짐한다. 화마와 싸우는 극한 환경에 처한 소방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꼭 개발해야겠다고 말이다. 우리가 개발한 IoT 기술을 통해 재난 상황을 예방하고 극복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