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지난달 초 행정자치부는 전국 5만5207개(2015년 12월 기준)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오랜만에 접하는 민생행정 소식이라 여겼는데 인터넷에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가 하면 냉소적인 댓글로 가득 찼다. 더 시급한 현안이 숱한데 무슨 탁상행정 발상이냐가 주를 이루었고 어느 업자 배를 불릴 건가 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화장실협회가 매년 100여개 공중화장실에 표본조사를 해왔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전수조사를 한다니 이번 기회에 화장실 수준향상, 화장실 문화의 일대 전기를 기대해본다. 아직 재래식 화장실이 상당수 있는가 하면 경북 어느 지자체에서는 공원 화장실 조성에 7억원을 투입하는 등 양극화가 상존한다. 근래 우리 사회 화장실의 청결도나 관리상태, 이용자들의 의식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위생상태 유지, 남녀용 분리, 여성과 남성용 화장실 변기수 균형, 남자 화장실 기저귀 거치대 설치 등에서는 취약하다. 행자부는 특히 아빠가 육아하기 좋은 환경조성과 성평등 실현차원에서 기저귀 교환대 설치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데 이번 기회에 여성만을 주 양육자로 간주하는 성차별 인식 또한 개선되기 바란다.

아무리 수준 높은 시설을 구비하고 청결을 유지한다 해도 이용 매너가 화장실문화 제고의 관건이라면 영유아기 시절부터 노령층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캠페인에 호소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도 드러난다. 한 나라의 사회성숙도와 국민의식 척도의 일면이 공중 화장실 상태로 조명된다면 우리는 지금 어느 정도의 수준에 와 있을까. 수세식 변기와 비데 등으로 외면상 청결과 사용자의 편의를 유지한다지만 물 과다소비와 정화조 처리, 성범죄 연결 등 연관된 현안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나라 농촌 화장실<사진> 정경은 우리의 예전 모습을 보는 듯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