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봉 대덕산단관리공단 이사장
[독자위원 칼럼]

‘어렵게 대학 보냈더니 졸업 후 취업도 못하고 있다’는 주변의 푸념을 들은 지 오래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8%에 달한다. 문제는 청년 실업률이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후보들은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겠다’ 또는 ‘공무원들의 수를 늘리겠다’,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더 뽑도록 협조를 당부하겠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장려금을 주겠다’ 등의 대책을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런 대책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선거 때가 되면 빠짐없이 등장했던 비책 아닌 비책들이다.

그나마 효과도 미지수다. 우리나라 대졸자들은 대기업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재벌 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면 큰 좌절을 맛본다. 이들은 인생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했기에 앞으로의 인생은 평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어렵사리 대기업에 들어갔다 해도 불안한 미래를 의식해 곧 퇴사를 하는 부류도 늘고 있다. 내키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고 타인에 의해 퇴사를 걱정하지 않는 직장 곧 공무원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학원가도 불황이라지만 공무원 입시학원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취업해야 할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는 중소기업들은 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로 연명하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기업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생각지 않고 ‘희망연봉’을 높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양보하고 고려해도 최소 세후 200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후 200만원이면 4대 보험료와 퇴직 준비금 등을 합쳐 회사 측은 260만~280여만원 정도를 매달 부담해야 한다. 버거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막상 이들을 업무에 투입해보면 받은 만큼 일을 하는 사원은 없다. 생산 분야는 최소 3년, 기획·마케팅 분야는 2년여가 지나야 제 몫을 한다. 2~3년 동안 신입사원들을 고용하면 회사가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그나마 신입사원들은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이중삼중의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우리 젊은이들, 대졸자들은 취업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취업을 하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자신이 얼마만큼의 시장 가치를 지닌 존재인지를 곰곰이 따져보고 그에 걸맞는 직업과 보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능력 증진은 물론 자신의 가치에 대한 냉철한 자리매김 교육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공무원 분야에만 인재들이 몰리는 사회와 국가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선배들이 이룩해놓은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신화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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