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핵없는 사회를위한 충북행동 집행위원장
[투데이포럼]

적폐청산과 민주주의를 향한 새로운 설레임으로 온나라가 들떠 있던 지난 주,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격납건물 철판 부식으로 확인된 신고리3·4호기 부실시공에 이어 밸브 노화로 원자로의 냉각재가 306ℓ나 누출되는 대형사고가 고리4호기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격납건물 배수조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26일부터 감지했지만, 3일이 지난 28일 새벽에야 고리4호기의 가동을 정지했다. 냉각재는 원자로의 반응속도를 조절하고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히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냉각재 상실은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고리4호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지 않았고, 중단한 이후에도 정오까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매우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탈핵운동단체들은 고리3호기 격납건물 철판 부식의 문제가 드러나자 같은 시기, 같은 공법으로 시공된 고리4호기의 안전문제를 제기했으나 한수원은 고리4호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냉각재 누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핵발전소들의 문제점은 노후핵발전소가 가지는 전형적인 문제점들이다. 이러한 사고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기도 하다.

지난 가을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의 허위보고가 드러난 바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핵발전소의 전체 내진성능 강화를 위해 조치를 취하고 관련한 업무를 대부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국정감사 결과, 국민의 이목이 주목된 고리1호기를 제외하고 고리2호기의 내진성능 강화는 35%, 고리 3·4호기의 내진성능 강화 조치는 0%, 즉 전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결국, 고리3·4호기 부실시공에 이어 노후 현상으로 인한 냉각재 누출 사고까지 발생하고야 말았다.

이제 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은 당선 직후 신고리5·6호기를 비롯한 신규 핵발전소를 백지화하고, 가동이 임박한 신고리4호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착수를 공약해야 한다. 또한, 부실시공으로 급격한 노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노후 핵발전소들을 조기 폐쇄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고리1·2·3·4호기를 비롯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노후핵발전소들은 즉각 가동 중단하고, 조기 폐쇄 절차에 착수할 것을 공약해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낼 새로운 사회는 이윤보다 안전이 최우선이 되는 사회여야 한다. 그것이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비로소 봄다운 봄을 맞이 하려는 우리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