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반표준본부장
[화요글밭]

요즘은 뉴스, 그 중에서도 정치 뉴스가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정치 뉴스를 보다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의 하나가 ‘법과 원칙’이다. 국가 사회가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영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법과 원칙이지만, 지키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역설적으로 그 가치는 더 높아지게 됐다.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법과 원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뉴턴의 역학 법칙에 따라 물체의 운동을 근원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덕분에 이를 더욱 고도화 할 수 있었다. 열역학의 4대 법칙에 의해 에너지의 근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으며,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 지금과 같은 이동통신이 가능하게 됐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발견된 많은 물리 법칙들은 자연을 이해하는 디딤돌이 돼, 현재의 첨단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내었다.

수많은 자연 법칙 중 전류와 전압의 관계를 설명하는 옴의 법칙은 전기전자공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다. 전류가 도체에 걸린 전위차(전압)에 비례하고 도체의 저항에 반비례한다는 물리법칙으로, 이를 발견한 19세기 독일의 물리학자인 Georg Simon Ohm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옴의 법칙은 우리나라 중학교 과학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물리법칙이라 할 수 있다.

옴의 법칙은 전기표준 분야에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옴의 법칙을 구성하는 3대 요소인 전류, 전압, 저항 중 전류가 국제단위계(SI)의 기본 단위로 선정돼 있다. 전류의 단위인 1 암페어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m의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1m 당 2×10(-7) 뉴턴의 힘을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로 정의 돼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의는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없고 개념적으로만 존재하므로, 실제는 전압과 저항을 구한 후 전류는 옴의 법칙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현한다.

2018년에는 전류의 정의가 기본전하(e)에 기반해 보다 직접적으로 바뀔 예정이다. 기본전하는 전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전하의 절대값이다. 따라서 원리상으로는 매 초당 전자를 일정한 수만큼 흐르게 함으로써 전류 표준을 구현할 수 있다. 개별 전자를 제어해 전류를 직접 구현하기 위한 연구결과 최근 단전자 펌프라는 전자소자의 개발을 통해 전자를 양자 단위로 하나씩 펌프질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이 기술이 전류 표준으로 활용될 정도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류의 양자 단위 구현이 가능하게 된다면, 이미 안정적인 구현이 가능한 전압, 저항과 함께 옴의 법칙을 구성하는 3가지 물리량의 정밀한 구현이 완성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전류-전압-저항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고 옴의 법칙이 맞는지 검증할 수 있다. 옴의 법칙 검증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제를 극복해야 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해결하지 못했던 도전적인 과제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들과 경쟁하며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실패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연구에 성공해 옴의 법칙이 옳다는 것을 검증해 내면, 측정표준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만일 검증의 결과가 옴의 법칙과 다르게 나타난다면 실패라고 해야 할까? 아닐 것이다. 기존의 법칙을 뒤집은 새로운 물리 법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물리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업적이 될 것이다.

1800년대 초에 옴의 발견을 처음 세상에 공개했을 때 세상의 반응은 냉담했고, 그 여파로 옴은 교직에서도 물러나야했다. 그러나, 꾸준한 연구를 통해 옴의 발견은 물리의 주요 법칙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의 이름은 저항의 단위(Ω)로 사용되고 있다. 옴의 법칙을 검증하는 지난한 연구를 통해 역설적으로 옴의 법칙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저항의 단위가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새롭게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의 성인 ‘김’이나 ‘이’가 중요한 단위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