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헌 충남도 기후환경녹지국장
[투데이포럼]

매년 봄철이면 산불로 인해 전국의 아름답고 수려한 숲이 위협을 받고 있다. 숲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수십년 때로는 백년이상의 세월이 걸린다. 잿더미가 된 숲도 수많은 세월과 조림등 노력을 들이면 자절한 도마뱀의 꼬리가 재생하는 것처럼 복원이 가능해지지만 처음처럼 완벽해지진 않는다.

산불은 주로 매년 3월 중순에서 4월 상순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건조한 날씨와 바람의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과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된 영향에 산불이 더 빠르게 발생했다. 얼마 전 3월 9일경에 일어난 강원도 강릉 산불의 경우도 건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산림이 마른 상태였고 강한 바람이 불어 진화가 더 어려워 이틀이 지나서야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산불의 원인이 대부분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라는 것이 최근 10여년간의 도내 산불통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입산자 실화가 39%로 가장 많고 영농부산물 및 쓰레기 소각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36%나 된다. 거의 75% 이상이 안전불감증에 의한 것이다.

특히 농번기가 시작되는 봄에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산으로 옮겨 붙는 경우도 다반사다. 병해충을 없애고자 놓는 들불은 알고 보면 사실 해로운 벌레보다 그들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벌레가 오히려 더 많이 죽어 농사짓는데 더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십년간 농사를 짓던 농촌 주민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해충제거에 별의미가 없다고 영농교육 및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도 주지만 습관적으로 농번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오면 불을 놓는 것이다. 60~70대 농촌 어르신들의 의해 잠정 예고된 산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분명 인재인 것이다.

산불은 예방과 주의가 필요하며 산불을 발견하면 즉시 산림관서, 119, 경찰서로 신속히 신고해야 한다. 산불이 번졌을 경우에는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벗어나도록 한다. 미처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긁어낸 후 얼굴이나 등을 가리고 불길이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한다.

청명·한식과 식목일이 있는 4월에는 산수유, 매화꽃에 이어 벚꽃축제가 한창일 것이다. 봄날의 주말은 특히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때다. 그만큼 산불의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어려운 날 도와준 왕이 은혜를 갚고자 불을 질렀지만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죽은 ‘개자추’ 그가 죽은 날을 기려 백성들에게 그날만은 불의 사용을 금하게 한 이야기는 한식과 관련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산불이 날법한 시기에 화기를 금하게 함으로써 산불을 예방하고자 한 선인들의 지혜일 수도 있겠다.

숲이 인재로 인한 산불로 잿더미가 되어 그 소중한 가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철저한 의식대비 및 예방으로 준비하는 봄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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