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해병대 팔각모를 해군에게도 착용시킬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 명분은 동질감 조성으로 해군과 해병간의 돈독한 관계를 증진시킨다는 설명이다. 같은 모자를 써서 우의가 깊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더 화급한 일이 많은 마당에 우선순위에서 벗어난 듯한 이런 탁상행정의 효율성은 확신하기 어렵다.

팔각모에 빨간 명찰, 이른바 세무 워커, 수웨이드 전투화는 해병대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해병의 강인한 전투력과 상호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우정은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있고 이런 해병의 복장과 분위기에 끌려 지망하는 젊은이도 많다하니 해병제복은 군사문화의 독특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949년 창설된 해병대는 1973년 해군과 통합되어 해군해병이 되었고 1987년 중간사령부인 해병대사령부가 설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팔각모는 해병의 여러 복장 중 전투복과 함께 사용되는데 해군의 경우 해병보다 더 많은 종류의 제복으로 인하여 막상 전투복을 착용할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팔각모 공동사용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해병대 예비역을 중심으로 팔각모 해군 확대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데 사기와 긍지를 먹고사는 군대특징상 오랜 전통으로 독특한 브랜드를 형성한 복장이나 군장 등은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해군의 제복은 그 나름대로 멋스러움이 있고 3군중 가장 많은 종류가 있다. 그 중 팔각모가 어울릴만한 복장은 전투복인데 해군에 복무했던 필자로서 전투복을 착용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으니 예산 낭비로 흐를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인구감소, 젊은 세대들의 의식변화 등 강병정책 강화를 위해 선결할 현안이 적지 않다. 그다지 실효성 없어 보이는 팔각모 공동사용 보다는 젊은이들이 멋지고 늠름하게 군복무를 마치도록, 그리고 직업군인들은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국가에 충성하도록 지원하는 보다 현실적인 국방정책을 앞세우기 바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