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편집부국장
[데스크칼럼]

최근 한 대학 특별강연에서 ‘나태주 시인’을 만났다. 대학이 마련한 강연에 ‘풀꽃’이라는 시로 큰 주목을 받고있는 나 시인이 초청된 것이다. 시 소개와 함께 나 시인의 화두는 역시 ‘인문학’이었다.

인문학 ‘전성시대’다. 최근 트렌드가 된 ‘4차산업혁명’도 인문학이 빠지면 불완전한 개념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思辨的)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과거가 공학이 지배하는 사회였다면 미래는 말 그대로 인문학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인문학을 강조하는데 빠지지않고 거론되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삼성과 ‘애플’이다. 삼성은 세계 1위의 핸드폰 제조 기업. 중국기업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왔고 운명적 라이벌인 애플(아이폰)이 버티고 있지만 삼성은 여전히 1위다. 그러나 이 같은 삼성도 큰 고민을 안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로는 첫째지만 핸드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는 아직도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소프트웨어 덕이다. 자체 운영체제를 갖고 있다. 아무리 외형을 잘 만들어도 그 속에 들어가는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지고 만다. 애플은 여전히 핸드폰 제조는 중국과 대만업체에 맡기고 있다.

아이폰 인문학을 대중화시킨 인물은 스티브 잡스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으로 세계 IT 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상상력은 IT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애플의 DNA에는 기술 뿐만 아니라 인문학도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잡스는 "애플은 단순히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아니다. 애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인문학에서 가져온 인간성에 더해 그와 기술을 연결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문학이 강조되는 시대이다보니 기업의 인문학 사랑도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역시 인문학 예찬론자다. 그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여는 '지식향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그룹이 원하는 인재상 역시 인문학적 소양과 폭넓은 시각, 깊이 있는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공학이 주도해왔다. 공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래를 설계하고 예측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영역이다.

기업들은 경영과 기술 개발 등에 인문학과 공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신입 사원 채용에서도 인문학은 중요한 잣대가 됐다. 삼성그룹은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라는 신입 사원 공채 프로그램을 실시해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을 수료한 인문학 전공자들을 엔지니어로 뽑았다. 이렇듯 신입 사원 채용 때 인문학적 소양을 확인하는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정부도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인문 융합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설립했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도 인문학에 몰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인문학의 역할을 더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공학과 인문학 간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은 결국 ‘융합’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이 사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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