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지 ETRI 실감디스플레이연구그룹 선임연구원
[젊은과학포럼]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은 로봇기술, 인공지능, 생명과학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통합돼 사물이 지능적으로 제어되는 산업의 변화를 의미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공지능 기능을 가진 기계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고, 제품과 결합된 소프트웨어가 정보를 수집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간이 이전처럼 단순히 자판이나 조정 장치를 통해 기계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같은 시·청각 장치를 통해 기계와 소통하고 있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묘사됐던 미래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당시엔 공상 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5년 후인 현재에는 영화에 등장했던 투명 디스플레이, 웨어러블(wearable) 디스플레이 등이 인간의 생체 인식까지 함으로써 개개인의 소비 패턴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맞춤형 광고제공 등 많은 기술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TV, 태블릿, 노트북,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TV를 필두로 한 대형 디스플레이는 OLED와 퀀텀닷 SUHD TV 경쟁체제로 도입하면서 더욱 더 선명하고 생생한 화면 제공 경쟁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디스플레이에 접목되면서 게임이나 스포츠 등을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등 기계와 인간의 쌍방향 소통도 가능해졌다.

필자가 속한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들을 연구 중이다. 자동차나 가정의 창문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피부에 부착 가능하고 쉽게 구부러질 수 있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입체적으로 사물을 구현할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연구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중이다.

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도 이미 선명한 TV를 볼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좋은 화질의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굳이 디스플레이가 더 좋아질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도 하게 된다. 또 디스플레이가 발전할수록 점점 더 개인주의가 가속화돼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이 이슈가 되지는 않을까 라는 우려도 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TV를 보며 공감하고, 도란도란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는 스마트폰 이용과 게임 시간이 늘어났다. 가족과 함께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스마트폰 보기에 바쁘고, SNS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디스플레이는 TV가 처음 보급됐던 70년대부터 계속해서 우리 곁에 있어왔다. 물론, 앞으로도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2차, 3차 산업혁명에서는 경쟁적인 기술 발전에만 급급한 나머지 개인주의, 인간관계의 단절과 같은 역기능에 대한 대처를 미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예측해 ‘가족의 애’와 ‘사람의 정’을 더욱 더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사물과 인간의 매개체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소통의 창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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