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이상 고층용 에어매트 전무… 추락하중 못견뎌 인명 사고
고가 사다리차도 최대 17층까지만 접근… 골든타임 확보 무리

도시 밀집화의 대안으로 도심 속 고층 건물이 늘고 있지만 고층 건물 화재 발생에 따른 인명구조나 진압장비의 규격이 터무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기 화성에서 초고층 건물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대전도 고층 건물의 화재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50층 이상 또는 높이 200m 이상의 초고층건축물은 모두 107곳으로 지역에는 8곳의 초고층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고층 건물로 분류되는 30층 이상 건물은 이보다 많은 76동, 15층 이상 주거용 건물도 모두 2834동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고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장비 중 하나인 ‘구조용 에어매트’가 고층 전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자칫 고층 건물 화재 발생 시 탈출을 위해 높은 곳에서 떨어지더라도 에어매트가 추락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실제 지난 19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우울증을 앓던 이모(31) 씨가 가족과 다툰 뒤 11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이 씨의 안전을 위해 바닥에 구조용 에어매트를 깔아둔 뒤 30분간의 실랑이 끝에 이 씨가 매트 위로 떨어지도록 유도했지만, 이 씨는 결국 숨졌다.

구조용 에어매트가 10층 이상 고층용이 아니다보니 이 씨의 추락 하중과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 5개 소방서 가운데 10층 이상 고층 건물에 쓸 수 있는 구조용 에어매트를 보유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41개 구조용 에어매트를 구비하고 있지만, 이들 매트의 규격은 5층 이상 9층 이하이기 때문에 정작 고층 화재 상황에서는 쓸 수 없다.

이처럼 고층용 에어매트가 단 한 개도 없는 이유는 현행법이 에어매트 규격 기준을 5층 높이인 15m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2015년엔 넓이마저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화재 진압을 위한 장비 역시 건물의 고층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층 건물 화재 진압을 위한 고가 사다리차는 지역에 6대가 비치돼 있으나, 최대 17층까지만 접근이 가능해 일각에선 화재 시 ‘골든타임’ 확보는 무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건축법 개정에 따라 30층 이상 건축물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이 설치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조용 에어매트는 필수적인 장비”라며 “화재 인명구조·진압장비에 대한 현실화된 규격이 도입될 수 있도록 법적인 구체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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