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투데이포럼]

얼마 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나들이를 했다. 일 때문에 간혹 출장을 오긴 했지만, 출장이란 것이 일을 마치면 바로 돌아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어서 서울구경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던 터다. 예식을 마치고 평소에 꼭 가보고 싶었던 경복궁과 종묘를 둘러보고,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연극도 관람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 앱을 이용해 노선과 번호를 확인하고 시내버스에 올랐다. 서울역을 지나 빌딩숲을 파노라마처럼 밀어내며 기분 좋게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서서 오도 가도 못했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짧은 외침이 들렸다. 사거리 한가운데 앰뷸런스가 배를 옆으로 드러낸 채 누워있고, 승용차 한 대는 전면이 반 이상 파손돼 가쁜 숨을 몰아쉬듯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차안은 승객들의 걱정과 사고원인에 대한 평으로 장터 국밥집처럼 수런거렸다. 그 순간 찬물을 끼얹듯 갑작스런 침묵 속으로 빠져 들게 한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네." 어눌한 말투의 한 외국인이 혼잣말처럼 무심코 던진 말 때문이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그 무거운 침묵은 이어졌다. 한국의 교통문화수준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지난 2월 교통안전공단에서 '2016년 교통문화지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교통문화지수'는 운전 행태와 교통안전, 교통 환경 등 3개 부문의 11개 항목을 조사 분석해 100점 만점으로 계량화한 수치로, 해당 도시의 교통문화 수준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청주는 인구 30만 이상 28개 도시 중에서 종합 18위(83.93점)로 최하위권에 자리 잡았다. 교통신호 준수율 24위, 안전띠 착용률 23위,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 23위, 인구 10만명 당 보행자 사망자 수 23위다. 이것이 청주의 부끄러운 교통문화 수준이다.

교통문화지수는 그 도시의 문화적 품격을 나타낸다고 한다. 청주는 오랫동안 '교육도시'로 알려져 왔다. 또 최근에는 국제공예비엔날레, 직지코리아 페스티벌, 한·중·일 젓가락 축제 등을 통해 ‘생명문화도시’로써 국내외적인 명성을 쌓아 오고 있다. 또 통합시 출범이후 2조원이 넘는 투자유치를 통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역동성과 경쟁력이 국내 그 어느 도시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국내의 유수한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최하위권인 '교통문화지수' 앞에서 이러한 명성과 성과들은 초라해 질 수밖에 없다.

교통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빨간 신호는 빨리 가라는 거야', '언제 기다려, 들이 밀어야지', '속도제한 지켜서 언제 가냐', 운전경력이 10년이 넘은 아내와 함께 승용차에 동승할 때면 입버릇처럼 내뱉는 필자의 말이다. 결국 이런 수많은 '내'가 이런 사고를 유발시킨 범인이다.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교통질서 이제라도 나부터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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