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이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철야조사를 받은지 6일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로써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로 헌정사에 기록되는 불명예를 남겼다. 그동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를 싸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법치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영장 청구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평가한다.

검찰은 그 배경으로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관련 피의자와의 형평성 등 3가지를 꼽았다. 사안의 중대성은,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혐의가 13가지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다. 혐의내용대로라면 중형이 불가피하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곧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많은 공범자들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 정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만 불구속 수사를 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손에 달려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30일 받는다. 다음날 새벽 구속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추구한 바도 권한을 남용한 사실도 없다' '엮였다' '억울하다' '모른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벌써부터 박 전 대통령이 실질심사에 출석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출석 포기도 배제하기 힘들다. 박 전 대통령이 심문에 나올 경우 혐의 부인 입장인 터라 심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주거가 명확하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법원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국정농단 사태를 싸고 대한민국이 온통 국가리더십을 잃고 만신창이가 되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처럼 불행한 일도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수준이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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