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 조이스틱 버그]
돈 내고 많이 뽑으면 불법
확률조작기계는 합법 둔갑
사이트선 버그판매 글 횡행
청소년들간 ‘편법 경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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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DB
최근 대전의 한 인형뽑기 방에서 이른바 ‘조이스틱 버그’로 남성 두 명이 인형을 싹쓸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비슷한 버그가 거래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인터넷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를 살펴보면 ‘인형뽑기 조이스틱 버그 판매’라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시글에는 인형뽑기 기계 제조사별로 버그를 알려주겠다며 1만~5만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버그를 구매하겠다는 구매의사자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조이스틱 버그가 가능한 인형뽑기 기계의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는 판매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버그를 판매한다는 한 판매자는 “입금이 확인되면 기계 제조사별 조이스틱 버그 설명과 함께 시연 동영상을 보내주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대전의 한 인형뽑기 방에서는 이모(29) 씨 등 2명이 이런 버그를 이용해 2시간여만에 200개의 인형을 ‘싹쓸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특정 방향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인형을 뽑을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고 진술했다.

현재 일부 제조사의 인형뽑기 기계에는 이처럼 확률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씨 등으로 인해 황당한 일을 겪었던 해당 인형뽑기 방 업주 역시 30번에 1번 씩 인형이 뽑히는 확률을 적용했다고 진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찰은 이 씨 등이 기계를 부수는 방법으로 인형을 손에 넣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 혐의나 형사입건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원칙적으로 인형뽑기 기계에 이 같은 확률 조정 기능을 포함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임의로 확률 조정이 가능한 기계의 경우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인형뽑기 방에서 뽑기 확률을 낮추기 위해 크레인(집게)의 힘을 약하게 조작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확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이미 업주들이 불법을 저지른 만큼 이를 무효화 하는 버그를 쓰는 것 자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인형뽑기를 자주 즐기는 직장인 한모(28) 씨는 “돈 주고 많이 뽑으면 절도로 신고당하면서 돈 내고도 뽑을 수 없게 조작한 기계는 합법인 꼴”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한번 쯤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며 성취감을 위한 과소비가 자칫 청소년 사이에서 또다른 형태의 ‘학교폭력’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 청소년센터 관계자는 “청소년에게는 단순히 인형을 갖겠다는 소유욕을 넘어서 편법을 이용했다는 성취감과 우월감이 작용할 수 있다”며 “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불법이 손쉽게 유통될 경우 동급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형뽑기 셔틀’과 같은 학교폭력을 불러올 수 있어 근절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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