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3번’ 리뷰

17일 대전시립교향악단의 말러 교향곡 3번 연주는 제임스 저드 취임 이후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음악적 역량이 확고히 달라졌음을 확인시켜준 음악회였다.

교향곡 작곡이 과감한 개성표현이라는 베토벤의 개념을 이어받은 말러에게는 교향곡 하나하나가 음악적으로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나 마찬가지였다. 합창이 들어간 말러 교향곡 3번 역시 엄청난 수의 연주자를 필요로 하고 가곡과 교향곡이 합쳐진 6악장의 거대한 구조를 지닌다.

이런 작품을 연주한다는 것은 단순한 도전을 넘어 음악적 완성도에서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난해한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작품의 질적 수준 향상이라는 목표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약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우선 1악장 첫 시작부터 호른과 타악기의 힘찬 울림은 강렬하게 ‘목신이 잠을 깨고 여름이 행진해 오는’ 느낌을 정확히 쏟아냈고, 트럼펫의 포효하는 울려퍼짐과 현악기의 긴박한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금관악기 못지않은 열성적인 울림을 들려준 현과 목관악기는 말러 음악에 내재된 역동성을 포착하며 긴장과 이완의 유려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특히 악장 김필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바이올린 독주와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의 풍부한 음량이 보여준 신비스런 울림은 합창과 관현악의 거대한 음향과 대조를 이루며 강함과 여림, 강렬함과 섬세함의 대립적인 관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갔다.

또한 3악장 ‘숲의 동물들이 내게 말하는 것’이라는 표제가 명시하듯 트럼펫의 정교한 울림과 관과 현의 조화로운 음색은 감동적이었다. 바그너에서부터 극대화된 금관악기의 중요성은 말러교향곡 어느 작품에서든 강조되지만, 교향곡 3번은 유독 금관악기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관악기의 역량이 갖춰지지 않으면 도전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력있는 금관악기 연주자들을 객원으로 함께 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것은 대전시립교향악단의 탁월한 선택이다.

결정적으로 객원연주자로 온 호른, 트럼펫, 트럼본 연주자들의 음악적 역량이 작품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키포인트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듯 이번 연주회의 핵심은 뛰어난 연주자들과의 협업으로 시너지효과를 높여 결과적으로 모두가 제몫을 제대로 해내도록 이끌었다는 데 있다.

과감한 도전정신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강력한 의지, 지휘자를 향한 신뢰가 성공적으로 대전시향의 역량을 극대화해 새로운 말러음악을 재창조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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