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세 충북도농업기술원장
[시론]

1909년 5월 충북도 모범농장으로 시작한 충북도농업기술원이 어느덧 1세기가 넘는 역사를 지니게 됐다. 그동안 사회 변화의 속도는 단순 노동에서 증기기관과 전기·컴퓨터의 사용이 제1차와 2차, 3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빨라져 왔다. 농업분야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녹색혁명과 쌀 자급화 백색혁명을 이루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소비 수요에 대응해 왔다.

이렇게 보면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을 20세기 초에 받아들이기 시작한 우리는 1~3차 산업혁명을 1세기 만에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변화는 멀미가 날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들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적용돼 실생활과 연계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의 기술들을 산업 전 분야에 융합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시키는 것으로 대변되는 이것을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이는 기술의 파급 속도와 범위, 깊이면에서 종전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노동집약적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미치는 파급 효과는 실로 막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농업 전 분야에 걸쳐 로봇·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사용돼 기계화·첨단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분야 간 유기적 연결로 획기적인 효율성 제고와 함께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기술집약적 농업으로의 전환은 농업인력 부족과 고령화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고 농업이 청년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산업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농업에 미치는 효과를 가늠해 보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생산의 정밀화와 자동화는 물론 병해충과 질병의 예측이 가능하며, 농산물의 품질 보증과 위해요소 제거로 안전한 소비도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수확 후 자동화 처리와 드론을 활용한 직(택)배로 유통의 혁신이 나타나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농산물 가격과 수급예측에 따른 안정적 생산·판매가 가능하며, 융합스마트 농촌관광과 농·산촌의 원격 의료·교육·마을보안 등을 통해 침체된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충북농업기술원에서는 시설원예 분야에 있어 내부 온도와 물 관리, 온·습도를 자동 또는 원격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팜 시범사업을 추진해 20% 이상의 노동력 절감과 10~20%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축산분야에서는 사람 대신 지능을 가진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 사육에 필요한 배합사료를 자동으로 공급해 주고 로봇 포유기를 통한 가축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축사 내 적정 환경수준을 유지해 질병 발생 및 축사 재해예방을 통한 생산비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농업경영분야에서도 도내 정보화농업인을 중심으로 모바일 장터 '잇다팜'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 트랜드와 농업인 요구에 맞는 경영모델 개발과 농가정보 빅데이터화를 통해 경영체 전문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속의 우리 농업은 이제 변화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 농업·농촌이 처해 있는 여러 어려움에 비춰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젊은 농업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며 충북의 미래첨단농업 발전에 핵심적인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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