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민·대전본사 정치사회부
[기자수첩]

청년들이 대전을 떠난다. 이들 대부분은 “일할 곳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고향을 등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기업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를 절대 ‘그들만의 탓’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대기업 직장을 선호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 생활이나 결혼 시기도 달라진다.

일부 부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자녀를 부끄러워하고,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겠다며 공직 입문을 권유하기도 한다. 자기 자식은 대기업을 다니기를 원하면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청년들에 대해 손가락질 하는 모습은 우리의 부끄러운 단면이기도 하다. 이렇기 때문에 지역 청년들은 대전에 취업문을 활짝 열어줄 대기업이 필요하다고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 행정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재추진되고 있는 유성구 용산동 현대아웃렛은 행정기관과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냈다. 대기업 투자를 특혜로만 몰아넣는 시각과 눈치를 보며 명분만 찾고 있는 대전시의 모습이 그렇다. 다만 대가가 없는 특혜는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자체들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예산적 지원을 하는 것도 엄연한 특혜다.

그런데 유독 대전시는 대기업 진출에 대한 특혜 논란이 강하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이 들어와 정착을 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인구도 늘릴 수 있다. 이제는 특혜에 대한 견제보다는 실익을 따져보는 지혜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대전시는 명분을 얻기 위해 현대백화점에 아웃렛 건물에 호텔을 만들라고 강요했다. 실질적으로 해당 부지에 호텔 수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만약 지역민이 걱정되고 원도심과 상권에 큰 피해를 준다면 애초에 시작도 못하게 했어야 하는 사업이다. 경제논리에 따라 이기적인 대기업은 여전히 변화가 절실하지만 청년들의 발목을 잡는 행정기관의 무기력함도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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