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시선]

얼마 전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전지연)' 총회와 '전국문화산업지원기관협의회(전문협)' 회의에 다녀왔다. 전지연에는 57개 전국의 문화재단들이 가입돼 있으며, 전문협은 19개 지역기관들의 협의체이다. ‘전지연’은 광역지자체는 포함되지 않고 기초지자체 도시(시·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문화재단을 대표하며, '전문협'은 광역시와 기초지자체를 포함해 활동하는 단체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두 단체 모두에 해당되는 기관이다. 순수 '지역문화' 업무와 '문화산업진흥'을 위한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관의 성격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장들의 하소연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애로사항 중에는 한번쯤 귀 기울여 들어볼만한 것들인데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경남의 제법 큰 도시의 일이다. 그 도시의 문화재단은 예술회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예술회관은 공연장을 경영하기 때문에 각종 규모의 공연을 유치해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업무가 많다. 한번은 뮤지컬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는데, 시의회 의원이 문제를 삼았다. 2억원이 넘는 큰 비용의 뮤지컬을 어떻게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왜 '수의계약'을 했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일반 행정에서는 당연히 경쟁 입찰로 진행하는 것이 법이다. 그러나 문화산업과 예술문야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흔히 '뮤지컬'이나 '오페라'와 같은 작품들은 한 작품 이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입찰방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뮤지컬 '시카고'나 '아이다' '맘마미아'나 오페라 '사랑의 묘약' '투란도트'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등이 대표적 예다. 동일한 2개 이상의 작품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는 예외는 바로 그런 것이다. 그 지자체의 시의원은 당연히 이런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을 들은 지역의 한 시민은 언론기고문에서 시의원의 기본 상식 부재를 두고 '몰랐으면 무죄냐'고 꼬집었다.

필자는 이번 회의석상에서 청주시의 특별한 예를 들어 말할 기회가 있었다. 청주시의회의 의장과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도시 청주에 꼭 필요한 행사이니, 예산 걱정 말고 매년 확대해 청주시의 자랑거리 행사로 만들어달라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과 충북문화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충북과 청주에서 활동하는 색소폰 연주자 1000명을 초청해 개최한 '색소폰 대향연' 행사였다. 행사에 참석한 시의원들께서 자발적 주문으로 본 행사의 예산을 반영해 올해 더욱 멋진 행사를 만들자고 하던 사례다. 당연히 회의 자리에 참석한 타 지역의 '문화단체 대표'들의 부러움을 사게 됐다.

아직도 지역의 문화재단들은 지역 '시의회'와 마찰이 많은 형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민의 혈세를 한 푼이라도 낭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청주시의 경우 지역문화의 기틀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청주시는 2015년부터 '생명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정하고 중국, 일본, 한국의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국내에서는 2014년 광주광역시에 이어 2번째로 선정돼 문화도시로서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청주가 지역문화를 기반으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시의회의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의 문화적 인식과 소양, 그리고 지역민을 사랑하는 '위민정신'이 그 바탕일 것이다.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저질스런 문화행정가에게 지배당하는 것만큼 비굴한 문화는 없으며, 그런 행정가들이 있는 한 그 도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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