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목요세평]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 다퉈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자’고 공약하고 있다. 세종시장 입장에서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동시에 신행정수도건설 추진 단장을 담당했던 자로서 ‘더 일찍 행정수도를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외에도 브라질, 호주,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행정수도를 이전한 국가들이 많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존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를 골고루 발전시킨다는 목표는 동일했다. 19C 초반부터 시작된 호주의 캔버라 건설은 행정수도 이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도 1980년대 후반부터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총리의 ‘비전 2020‘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캔버라와 푸트라자야가 세종시에 던지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는 수도권 집중 초기에 과감히 새로운 행정수도를 건설했다는 점이다. 호주는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인 1911년에 멜버른과 시드니의 지나친 집중을 우려해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한 캔버라에 새로운 수도를 정했다. 푸트라자야도 마찬가지로 쿠알라룸푸르 인구가 100만 명 남짓일 때부터 추진됐다.

둘째는 기존의 수도권은 별다른 부침이나 침체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캔버라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 이전했지만, 멜버른과 시드니는 지금도 각각 약 500만 명이 거주해 호주 전체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푸트라자야와 더불어 IT수도로 사이버자야가 건설되고 있지만 쿠알라룸푸르는 여전히 쇼핑, 문화 및 교통의 요충지로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셋째, 캔버라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대황, 푸트라자야는 아시아 경제위기 등의 어려움을 이겨냈다. 캔버라와 푸트라자야의 성공 뒤에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와 추진력, 온 국민의 성원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 건설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서울의 인구가 350만명을 넘어서던 1960년대부터 인구 유입 억제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그게 실패해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 인구가 255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지방의 읍면동 40%가 소멸위기에 처해있다.

세종시는 2/3 정도의 정부부처만 소재해 있고, 이마저도 청와대 및 국회와 분리돼 있어 공직자들 간의 소통과 협업이 힘들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서울과 과천을 오가느라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국정 수행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정부의 경쟁력 저하를 부르고 있다. 또 중앙정부의 의지가 작아 신도시 내의 대학과 기업 유치가 늦어지고 있다. 마땅히 중앙정부가 적극 추진해야 할 문화, 스포츠 시설 등의 건립이 지지부진해 세종시의 자족성 확보와 경제 활성화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세종시 건설은 단순하게 신도시를 하나 건설하는 게 아니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경제의 80%가 몰려 수도권은 비대해져 몸살을 앓고 지방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아이 울음소리조차 듣기 어려운 망국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공장 부지 3.3㎡(1평)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판에 수도권에 어떻게 기업들이 들어서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남북통일을 생각해서라도 행정수도가 조속히 완성돼야 한다.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게 자명하다. 일자리를 찾아, 문화를 갈구하며, 너도 나도 서울로 집중될 것에 대비해 미리 세종시를 행정수도를 만들어두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서울을 경제와 문화, 교육수도로, 세종시를 행정과 정치수도로 역할을 분담토록해 통일도 대비하고 국가경쟁력도 강화하는 게 옳다.

교육, 경제, 문화 등이 최고 수준에 이른 캔버라! 쾌적한 환경과 경관이 아름다운 푸트라자야! 대한민국에 이 두 도시보다 더 멋진 행정수도를 만들자. 가난과 전쟁을 딛고 이뤄낸 '한강의 기적'을 넘어 '금강의 기적'을 이뤄내자. “죽든 살든 서울이 수도”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세계 여러 나라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실천하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복원해 새로운 통합과 조화로운 발전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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