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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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사람'에서 제가 맡은 규남은 감정이 없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어요. 시대가 만들어낸 하나의 시스템인 거죠. 이런 캐릭터는 오히려 안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건조하게 느릿느릿한 말투로 해야 하는 말만 툭툭 던지는 그런 연기를 했습니다."

드라마 '보이스'에서 동물적 본능을 지닌 형사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장혁이 이번에는 국가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으로 변신한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보통사람'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안기부 실장 규남이다. 정치에 쏠린 국민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쇄살인 사건을 조작하는 등 각종 정치공작을 자행한다.

그는 21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두 캐릭터가 굉장히 다르다"며 "이렇게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비슷한 시기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이런 작품들을 통해 내가 가진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참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규남은 감정이 없는 캐릭터고 그 시대가 만들어낸 하나의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건조하게 느릿느릿한 말투로 해야 하는 말만 툭툭 던지는 그런 연기를 했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이 인물이 움직이는 것은 없어요. 항상 베일 속에 있고 상황을 벗겨보니 그 중심에 이 인물이 있었던 거죠. 그런 캐릭터는 오히려 안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규남'은 배우 손현주가 맡은 주인공 '성진'과 대립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장혁은 평소 호형호제하며 친하게 지내던 손현주와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손현주 씨와는 드라마 '타짜'에서 만났는데 거기서는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얘기를 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영화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어요. 영화에서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이전에는 전혀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어서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도 흥미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영화가 만들어진 후 관객으로 영화를 보니 '규남'이 진짜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역은 미워해도 저는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영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평범한 가장이자 강력계 형사인 성진이 안기부 실장 규남이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휘말리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과정을 그린다. 상식이 통하지 않았던 시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했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는 "평범하게 산다는 것, 일상을 지킨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누군가에게 캐스팅되어야 하고 그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배우로서의 일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소화해 낸 그는 드라마 촬영장에 운동기구를 갖고 다닐 정도로 운동광이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복싱장에 가서 복싱 연습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는 복싱 훈련을 통해 배우의 자질도 훈련해간다고 말했다.

"복싱에서 배울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의 차이예요. 그걸 알고 나면 자신을 가다듬게 되죠. 복싱에는 전략도 있고 템포도 있고 리듬감이 있어서 상대 배우가 어떤 템포로 갈까 이런 것들을 몸으로 트레이닝할 수 있죠. 집중력과 끈기도 배울 수 있고요. 물론, 액션 연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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