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 한밭대 기획처장·기술지주사 대표
[시선]

십자가는 가장 잔인한 처벌 도구였으나 불과 한 세기만에 기독교의 상징물이 된 것처럼, 대학에서 창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불과 10여년 만에 큰 가치로 바뀌고 있다. 이 때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대학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모두가 수용할 만한 개념정립과 이해이다. 기업가정신의 영어표현, 앙트리프리너십(Entrepreneurship)이 창업(創業)으로 번역되면서 명쾌한 면도 있지만, 자칫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대학 창업교육을 말할 때 대학생에게 창업을 권하는 것으로 오해해 위험하다는 얘기부터, 중고생의 창업동아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가(起業家) 정신을 '아이디어를 기회로 바꾸고 이를 고객가치로 만들기'로 정의할 때, 기업가정신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진다.

둘째, 교수의 참여와 몰입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이다. 대학에 창업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는 교수들이 보유한 기술과 특허, 그리고 지식을 활용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위험이 도사린 창업현실에 뛰어드는 교수와 연구원의 수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적다. 이를 해결하고자 팀 창업 방법이 생겼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 미국 과학재단이 만든 '아이 코어'(I-Corps) 사업이다. 이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아이코어'가 도입 된지 2년이 지났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3자, 즉 기술을 보유한 교수, 공부중인 박사과정(또는 박사후 과정), 그리고 풍부한 경험의 산업계 멘토를 하나의 팀으로 만들고, 여기에 창업교육을 제공하고, 젊은 박사과정(또는 박사후 과정)이 사업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셋째, 가벼운 창업실험으로 창업의 잠재군을 확대하는 것이다.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사전 교육과 멘토링 등을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인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게 하는 식이다. 산학협력중점대학(LINC+), 대학기술지주회사 등이 대학과 지역의 창업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소설과 영화로 나온 '머니 볼' 게임처럼 저평가된 우량주 발굴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앙트리프리너십은 대학내 새로운 교과목 개발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 마치 3M의 '25% 규칙' 처럼, 일정한 기간내 10~20%의 새 교과목 개편,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이의 평가를 의무화하는 안이다. 미국의 유명한 리버럴 아트 컬리지 중에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은 인문학 분야에도 '글쓰기와 기업가정신'이란 과목을 만들고,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새롭고 유용한 방식으로 글쓰기 아이디어를 기회로 바꾸는 교육을 한다. 현재 234개 한국형 무크에서도 잘 준비된 강좌에는 학생들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대학내 창업관련 많은 부서와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다. 창업 교육, 보육, 연구실, 실험장비 등이 칸막이를 벗어나 유기적으로 협조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창업포트폴리오 위원회' 등을 두고 집단리더십을 발휘해 나간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학협력을 넘어 '산학일체'로 향하는 대학의 가치가 눈에 띈다. 4년 후 2021년엔 대학정원보다도 입학자원이 6만명이나 적은 한 번도 경험 못한 큰 쓰나미가 다가온다. 이를 이겨낼 방안이 기업가정신 대학이며, 이는 의욕과 능력있는 교수(professor)의 몰입, TEC 또는 카우프만 등 검증된 창업교육 프로그램(program)의 개발, 그리고 구성원의 열정(passion)이란 3P가 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작금의 위기가 '변장된 축복'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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