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77차례 촛불집회
누적 30만명 참여 대기록
“국민감시·요구 일상화되길”

▲ 누적 인원 30만명, 누적 일수 131일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기적’으로 남은 지역 촛불집회의 숨은 주인공들. 왼쪽부터 직장인 한선영(56) 씨, 자원봉사자 왕우완(30) 씨.
지난해 11월부터 대전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민심은 누적 인원 30만명, 누적 일수 131일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지난주 막을 내렸다. 촛불로 채워졌던 집회 현장은 다시 일상 풍경으로 채워졌지만, “잠시 비워둔 것”이라고 말하는 촛불민심의 숨은 주인공들을 만났다.

직장인 한선영(56) 씨는 지역에서 열렸던 77차례 촛불집회에 무려 61번을 참여했다. 한 씨는 비가 눈으로 변하며 몰아쳤던 한파에도 내복을 든든히 껴입고 촛불을 들었다. 여느 가장처럼 타지로 떠난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해온 ‘평범한 아버지’ 한 씨에게 지난해 11월 1일 지역 첫 촛불집회는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주최 측이 예상했던 500명을 훌쩍 넘긴 3000명의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부르짖었지만, 그 외침 속에는 앳된 학생들의 목소리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한 씨는 “평소 정치에 대한 관심에 첫 집회를 참여했지만, 어린 학생의 때 묻지 않은 눈을 발견한 순간 어른이라는 사실이 한 없이 부끄러웠다”며 “아버지의 이름으로 깨끗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촛불집회 참여 이후로 한 씨의 직장생활도 변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면 늘 양분돼 감정대립이 잦았던 직장 동료들도 자연스레 한 씨에게 동참 의사를 물어오며 하나 둘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 한 씨에게 아내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요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집사람과는 단 한 번을 함께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며 “대신 집회를 다녀온다면 말없이 수긍해주던 점에 늘 고맙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광장은 비었지만 우리 가슴 속 지난 131일의 외침은 가득하다”며 “촛불이 현대 민주주의의 대의제 역할을 해 왔듯 다가올 대선과 새로운 대한민국은 국민의 끊임없는 감시와 요구가 일상화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 자원봉사자 왕우완(30) 씨는 주최 측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던 날부터 촛불을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해주는 봉사자로 활동했다.

지역의 한 대학원을 다니는 왕 씨는 지난해 11월 4주 군사 훈련을 다녀올 당시 친구들의 편지를 통해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를 처음 접했다. 왕 씨는 “봉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촛불 시민에게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집회때마다 한 두 시간 씩 일찍 나와 초와 기념품을 나눠주며 부스를 지키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뒷정리를 끝내고 귀가했던 왕 씨는 “초 나눠드립니다”라고 쉼 없이 안내하다 목이 쉬기 일쑤였다.

왕 씨는 “춥고 피곤한 날이면 하루쯤 쉴까도 생각했지만, 촛불이 필요하다며 내밀던 아이들을 떠올리면 또다시 목소리가 나왔다”며 지난날의 뜨거움을 떠올렸다.

왕 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촛불을 들어준 부모들 모두가 주역”이라며 “다시는 이런 과오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공정한 선거가 밑바탕이 될 수 있게끔 선거 감시기구에서 촛불의 열정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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