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77차례 촛불집회
누적 30만명 참여 대기록
“국민감시·요구 일상화되길”
직장인 한선영(56) 씨는 지역에서 열렸던 77차례 촛불집회에 무려 61번을 참여했다. 한 씨는 비가 눈으로 변하며 몰아쳤던 한파에도 내복을 든든히 껴입고 촛불을 들었다. 여느 가장처럼 타지로 떠난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해온 ‘평범한 아버지’ 한 씨에게 지난해 11월 1일 지역 첫 촛불집회는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주최 측이 예상했던 500명을 훌쩍 넘긴 3000명의 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를 부르짖었지만, 그 외침 속에는 앳된 학생들의 목소리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한 씨는 “평소 정치에 대한 관심에 첫 집회를 참여했지만, 어린 학생의 때 묻지 않은 눈을 발견한 순간 어른이라는 사실이 한 없이 부끄러웠다”며 “아버지의 이름으로 깨끗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촛불집회 참여 이후로 한 씨의 직장생활도 변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면 늘 양분돼 감정대립이 잦았던 직장 동료들도 자연스레 한 씨에게 동참 의사를 물어오며 하나 둘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그런 한 씨에게 아내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요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집사람과는 단 한 번을 함께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며 “대신 집회를 다녀온다면 말없이 수긍해주던 점에 늘 고맙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광장은 비었지만 우리 가슴 속 지난 131일의 외침은 가득하다”며 “촛불이 현대 민주주의의 대의제 역할을 해 왔듯 다가올 대선과 새로운 대한민국은 국민의 끊임없는 감시와 요구가 일상화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 자원봉사자 왕우완(30) 씨는 주최 측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던 날부터 촛불을 나눠주고 자리를 안내해주는 봉사자로 활동했다.
지역의 한 대학원을 다니는 왕 씨는 지난해 11월 4주 군사 훈련을 다녀올 당시 친구들의 편지를 통해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를 처음 접했다. 왕 씨는 “봉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촛불 시민에게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집회때마다 한 두 시간 씩 일찍 나와 초와 기념품을 나눠주며 부스를 지키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뒷정리를 끝내고 귀가했던 왕 씨는 “초 나눠드립니다”라고 쉼 없이 안내하다 목이 쉬기 일쑤였다.
왕 씨는 “춥고 피곤한 날이면 하루쯤 쉴까도 생각했지만, 촛불이 필요하다며 내밀던 아이들을 떠올리면 또다시 목소리가 나왔다”며 지난날의 뜨거움을 떠올렸다.
왕 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촛불을 들어준 부모들 모두가 주역”이라며 “다시는 이런 과오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공정한 선거가 밑바탕이 될 수 있게끔 선거 감시기구에서 촛불의 열정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