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용 청주 오송도서관 운영팀장
[투데이춘추]

세상에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마는 가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쇠약해져 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열정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와 인생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 지천명(知天命)이라 일컫는 50대에 접어드니 이젠 가까이 있는 조그만 글씨가 잘 안 보여 안경을 벗고 보게 된다. 이렇게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날이 될 때면 초임시절에 같이 근무하던 선배님들이 생각나곤 한다. 그때 그 시절 선배님들이 가까운 글씨를 볼 때 안경을 들추어 보거나 벗고 보는 적이 많았었다. 그런 행동이 노화현상 때문이었는데, 그 철없던 시절에는 내가 젊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선배님들의 행동을 이해해 드리지 못하고 많이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늘 죄송스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나이가 들게 되면 눈도 침침해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였던 것이고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려면 두렵고 겁도 나고 소심해졌던 것인데, 이제와서 그 당시 선배님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지고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많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진을 빨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상·하 간, 동료 간의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솔직히 직장인들은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서로 간에 존중해주고, 사랑해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같이 아파해주고, 챙겨주는 그런 마음이 없으면 출근하기도 싫을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무척 많이 받게 된다.

그 만큼 직장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라 생각되며 알면서도 평상 시에 이처럼 실천하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쉽기만 하다.

말 한마디에도 진심을 다하고 아픔까지도 같이 해 줄 수 있는 가슴이 살아 숨 쉬는 사람, 나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동료들을 먼저 배려하고 위하며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더라고 항상 돕고 베풀 수 있는 사람,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훌쩍 떠난다 해도 동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사람, 내 곁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더 열심히 도와주고, 이해해 주고, 있을 때 잘해주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은 능력도, 높은 지위도, 부자도 아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이지만 남은 시간만큼이라도 이러한 사람으로 행동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독자들도 어제의 필자와 같은 후회로 가슴 아파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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