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규식
외국에서 들어온 여러 생활문화 개념의 의미나 용도가 우리나라에서 바뀌어 정착된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의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수용하는 지역의 고유한 의식이나 풍토, 환경에 적응하는 속성이 강하다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독특한 변화나 뉘앙스의 차이는 문화사회학적으로 흥미롭다.

귀부인이나 기혼부인을 지칭하는 마담(madame)이라는 호칭은 우리 사회에서는 유흥업소 특히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을 지칭하거나 부유층 혼인을 알선하는 마담 뚜 같은 경우에 사용되었다. 존칭의 어원이 부정적인 비하의 쓰임새로 전환된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살롱(salon)이라는 프랑스말 역시 르네상스 시기 이후 왕족, 귀족의 거실이나 응접실을 의미하는데 오늘의 국제매너나 문화담론, 교양수준은 이 살롱을 통하여 세련화되고 발전해왔다. 살롱이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의상실로 특히 룸살롱 등으로 통칭되는 술집으로 전용된 것은 아마도 미군부대 주변 유흥업소 간판에 이 명칭을 쓰면서 의미가 굳어진 연유로 추측하기도 한다.

언어는 생물이라서 사용되는 시대환경과 사용자의 의식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런 의미전환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라기보다는 한 사회가 경험하는 문화이입과 충돌, 문화접변의 징표로 볼 수 있다. 서양의 모텔이라는 숙박업소의 개념과 용도 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본디 관광지나 국도로변에 주로 자동차 여행객들을 위하여 조성된 허름한 숙박업소로 문자 그대로 모터와 호텔의 합성어<사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텔 등급을 받지 못한 숙박업소를 지칭하지만 그 호화로움과 사회적 인식은 본고장 모텔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모텔이 어둠속에 빛나는 음습한 러브호텔의 이미지를 벗어나 누구나 행복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저렴하고 편리한 국민숙박업소로 탈바꿈하기를 기다려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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