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귀부인이나 기혼부인을 지칭하는 마담(madame)이라는 호칭은 우리 사회에서는 유흥업소 특히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을 지칭하거나 부유층 혼인을 알선하는 마담 뚜 같은 경우에 사용되었다. 존칭의 어원이 부정적인 비하의 쓰임새로 전환된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살롱(salon)이라는 프랑스말 역시 르네상스 시기 이후 왕족, 귀족의 거실이나 응접실을 의미하는데 오늘의 국제매너나 문화담론, 교양수준은 이 살롱을 통하여 세련화되고 발전해왔다. 살롱이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의상실로 특히 룸살롱 등으로 통칭되는 술집으로 전용된 것은 아마도 미군부대 주변 유흥업소 간판에 이 명칭을 쓰면서 의미가 굳어진 연유로 추측하기도 한다.
언어는 생물이라서 사용되는 시대환경과 사용자의 의식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런 의미전환은 옳고 그름의 차원이라기보다는 한 사회가 경험하는 문화이입과 충돌, 문화접변의 징표로 볼 수 있다. 서양의 모텔이라는 숙박업소의 개념과 용도 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본디 관광지나 국도로변에 주로 자동차 여행객들을 위하여 조성된 허름한 숙박업소로 문자 그대로 모터와 호텔의 합성어<사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텔 등급을 받지 못한 숙박업소를 지칭하지만 그 호화로움과 사회적 인식은 본고장 모텔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모텔이 어둠속에 빛나는 음습한 러브호텔의 이미지를 벗어나 누구나 행복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저렴하고 편리한 국민숙박업소로 탈바꿈하기를 기다려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