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데스크칼럼]

우리나라에 최초로 철도가 놓인 해는 1899년이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인선 철도다. 이후 일본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인 부산과 서울을 잇는 경부선 철도를 개설했다. 애초 경부선 철도 노선은 서울과 부산의 최단거리인 서울~이천~충주~상주~대구~부산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험준한 조령을 피해 노선이 변경됐다. 변경 과정에서 청주나 공주, 성주 등 당시 지역 중심지가 모두 검토 대상이었다. 그러나 새 노선안도 난항을 겪었다. 선왕들의 무덤의 경계를 해친다거나 양반고을에 흉물스런 철로가 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충청도 내 노선은 도시와 도시 사이의 논밭지역에 설치됐다. 그것이 한밭, 지금의 대전광역시다.

대전에서 살다가 청주로 이사온 지 조금있으면 만 10년이다. 태어나 자란 곳은 대전이었지만 사회생활의 대부분은 청주에서 했다. 청주에 처음 온 후 인구에 비해 도시가 작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도시를 형성한 대전에서 와서 그런가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나눠 본 타지 출신들도 모두 유사한 첫 인상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청주시민들이 모두 폐쇄적인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쌀쌀함을 넘어 친분이 쌓이면 그 정은 어느 지역 사람 못지 않다. 다만 도시적 폐쇄성은 여전한 것 같다.

이마트의 청주테크노폴리스 유통상업용지 매입을 놓고 지역사회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마트가 아직 개발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니 논란은 계획이 수립된 후 본격화 될 것이다. 찬성 의견도 많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설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지역유통업계는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생존을 건 투쟁을 벌일 기세다.

그렇다고 입점을 반대하는 것이 능사일까. 청주는 100만 도시를 꿈꾸고 있다. 100만 도시가 되려면 정주여건이 갖춰줘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정주여건은 보육 및 교육시설이다. 다음으로 꼽는 것이 쇼핑, 문화, 레저다. 안타깝게도 아직 청주의 쇼핑, 문화, 레저 수준은 비슷한 인구규모 도시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많은 청주시민들이 주말에 쇼핑과 볼거리를 위해 다른 도시를 찾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어느 정도 정주여건만 갖춰도 청주 인구의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구증가는 곧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도 된다.

전통시장도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 청주에 사는 9년 동안 우암동에서만 8년 여를 살았다. 북부시장에는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방문한다. 식사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도 곧잘 본다. 지인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삼겹살을 사갔는데 반 이상이 비계였다. 남자 혼자 고기를 사니 평소 안 팔리는 부분을 줬던 듯 싶다. 이런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니다. 소량 구매를 위해 현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전통시장에 대해 많은 예산을 지원해 시설개선사업을 벌여왔다. 또 지속적으로 서비스 개선 교육도 시키고 있다. 변화된 모습도 보이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상인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촉발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외부 자극, 즉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이 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미 전통시장의 유통기능은 수명을 다하고 있다. 이제 전통시장은 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물론 대형자본과 맞설 수 있도록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변화의 주체는 전통시장 상인들, 본인이 돼야 한다.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도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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