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빈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기획조사부장
[투데이포럼]

연초부터 저출산 등 인구문제와 관련해 걱정스런 소식들이 자주 들려온다. 지난해 결혼건수가 연간 30만건이 붕괴돼 28만 2000여건으로 축소되고 신생아수도 40만 6000여명으로 1년새 3만 2000여명이 줄어들어 올해는 30만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1971년 출생아수가 102만여명이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감소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도 지난해 3762만여명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전체인구 감소가 10여년 후로 턱밑까지 다가왔고 인구감소가 시작되면 그 감소폭은 매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추세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종국에는 우리의 지속가능한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여러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 감정을 지닌 완전한 인공지능의 등장과 이들의 인류에 대한 공격, 전면적인 핵전쟁 발발 등 그야말로 현실화된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협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협들은 비록 무시무시하긴 하지만 실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또 현실화된다고 해도 얼마나 긴 세월이 흐른 뒤에 일어날지 확실치는 않다. 그런데 이와 달리 우리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는 이미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그야말로 확실한 위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인구가 1971년을 정점으로 가파르게 감소함에 따라 결혼건수나 가임여성수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므로 출산율이 어느 정도 높아진다 해도 이미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성장잠재력 저하, 자산디플레이션, 각종 사회보험 수지 악화 등 이로 인한 광범위한 충격과 영향이 우려된다.

저출산은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그리고 출산율이 다시 높아진다 해도 그 과정에서 일시적이긴 하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오히려 더 빠르게 축소되는 등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로 인한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그러나 우리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며 미룰수록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되므로 한시바삐 우리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출산이나 육아의 주된 부담을 개인에게 지운 채 사회가 그 부담의 일부만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이에 대한 부담을 사회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결국 우선순위 선택의 문제이며 이러한 선택은 소득분배 개선이나 내수기반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에 대한 확실한 위협이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보다 확실하게 그리고 전면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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