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혁 청주 청남초교 교장
[투데이포럼]

하늘에 먹구름 드리운 오늘 같은 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언제나 그리운 엄마를 향해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 사람만의 고유의 체취가 있고 그 냄새는 행복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련한 추억에 젖게도 한다.

필자에게는 평생 간직해 온 냄새와 그 냄새에 둥지를 튼 옛 추억 하나가 있다. 어린 시절, 무릎을 베고 누우면 은은히 풍겨오던 엄마 냄새. 그 냄새가 좋아 웃으면 함께 미소 지어주시던 엄마의 모습. 그 장면을 떠올릴 때면 23년 전 이별한 엄마가 눈앞에 있는 듯 하여 그리움으로 침잠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스한 위로를 받곤 한다. 엄마의 냄새라는 것은 이토록 큰 안도를 부르는 기억의 냄새다.

엄마 냄새가 아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저술한 ‘하루 3시간 엄마 냄새’의 저자 이현수 박사의 말에 따르면 출산 후 3년까지 엄마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어릴 때 봄이 오면 엄마가 해 주시던 쑥떡, 냉이무침이 생각난다.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시골집에 가면 엄마가 막 만들어 놓은 쑥떡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엄마의 음식은 고향의 냄새, 엄마의 냄새, 사랑의 향기이다. 엄마의 그리움을 찾아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고픈 오늘, 엄마와 내가 거닐던 고향 길 산천초목 그 어딘가에는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와 엄마의 냄새가 있을 것이다. 냄새를 기억하면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그런 것일까.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엄마의 냄새를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가끔 세상에서 외떨어졌다고 느낄 때 가만히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하고 행복한 냄새가 그리워지고 그 냄새는 엄마의 냄새이다.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그런 냄새, 엄마의 냄새를 품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참 행복할 것이다.

엄마의 냄새처럼 많은 추억과 행복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없다. 내가 가진 모든 추억 중에 가장 향기로운 추억이다. 엄마의 냄새는 향긋한 향수보다도 더 행복한 향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주시는 사랑의 냄새이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의 냄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이고 평생 맡고 싶은 냄새이다.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냄새 그리고 엄마의 따뜻함, 그러한 모든 것들이 그리운 오늘 잠시 눈을 감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떠올리다보면 익숙한 엄마 냄새가 나에게 찾아오고 어느 샌가 힘들고 지쳤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모든 근심과 걱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지고 안락함이 찾아온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날 부르고 계실 엄마의 목소리와 그 냄새를 떠올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영원히 잊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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