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13년 문열어 어르신들 무료 교육, 한자릿수던 학생 올 40명까지 늘어
흰머리 만학도 돋보기안경 끼고 열공, 후원으로만 운영…자금·봉사자 부족, 전성하 교장  “많이 오셔서 한 풀길”

▲ 7일 청춘학교에서 전성하 교장이 어르신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홍서윤 기자
“선생님, 우리도 이제 네 자릿수 덧셈 할 수 있슈~.”

7일 오전 10시경 대전 중구 대흥동 호성빌딩 5층. ‘청춘학교’라 쓰인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쪽 옆에 설치된 교실에서 60~70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왼쪽 큰 교실은 한글 기초반과 중급반, 오른쪽 작은 교실은 한글을 다 뗀 어르신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 이곳에서는 편의상 콩자반 1반, 2반, 3반으로 불렸다. 콩자반 3반 교실은 청춘학교 최고령 학생인 박정순(83) 할머니를 필두로 10여명 안팎의 학생이 네 자릿수 덧셈, 뺄셈에 한창이었다.

모두 굽은 허리에 희끗희끗한 머리, 돋보기안경까지 얼굴 가득 세월을 안고 있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은 어느 젊은이 못지않았다. 간혹 손자, 손녀를 봐달라는 자식 부탁에 못 이겨 1~2명씩 수업에 빠지는 때도 있지만 다음 날에는 쉬는 시간도 없을 만큼 보충에 열중이다.

박 할머니는 “도넛 장사로 4남매를 키우고 딸 소개로 학교에 왔다”며 “6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와 개근상도 탔다. 이제는 부르는 대로 다 읽고 쓸 수 있어 너무 재밌다. 살아있는 날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학의 기쁨을 만끽하는 이곳, 청춘학교는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한글과 영어,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을 무료로 가르치는 성인 문해교실이다.

“낮에도 어르신들이 공부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성하(45) 교장이 1993년도부터 있던 한마음야학을 나와 2013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10명 남짓 학생들로 첫 수업을 시작했던 청춘학교는 지난해 20명, 올해는 그 두배인 40여명의 학생이 찾아와 배움의 꽃을 피우고 있다. 주말에는 고등학생 선배들이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고 때로는 다같이 나가 연극이나 공연을 보기도 하면서 배움에 그 어떤 경계를 두지 않는다.

손정자(74·여) 할머니는 “청춘학교 갈 생각에 아침부터 일어나 세수하고 화장하며 서두른다. 이 나이에 그 자체만으로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후원금으로 충당해야하는 열악한 재정환경, 턱없이 부족한 교육봉사자 속에서도 어르신들 배움의 한을 풀어주려 청춘학교는 매일같이 문을 연다.

전 교장은 “열정만 있으면 언제나 나이에 상관없이 청춘이다. 이곳에 와서 배움의 한을 푸는 어르신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책상 앞에 앉은 어르신들 모습은 유독 청춘(靑春)이란 이름과 잘 어울려보였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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