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재고증가 등 변화 반영
청주시 감축 425㏊중 20㏊만 신청
변동직불금 못받아 신청자체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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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 청주시 청원구에서 30여년간 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모(63) 씨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해 벼농사를 계속 지을지, 다른 작물로 갈아타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쌀값은 떨어지는 데다 지자체에서는 타 작물을 재배하라는 권유를 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수매한 쌀값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씨는 “죽어라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못받으니 지자체에서 타 작물을 지어보라는 권유를 들을 때 마다 고민된다”며 “하지만 벼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는데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는게 쉽지 않다”고 금새 고개를 저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쌀값 하락, 재고 증가 등 최근 여건변화를 반영해 재배면적 축소를 추진 중이지만 현장의 농민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419만 7000t으로 전년보다 3.0% 줄어드는 데 그쳤다. 432만 7000t이었던 전년 생산량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401만t이었던 2012년보다는 오히려 늘었다.

쌀 생산량과 재배면적은 다소 감소하는 추세지만 그 추이가 더디다. 2006년 쌀 생산량이 468만 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쌀 생산량은 10.3% 줄었다.

반면 쌀 소비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06년 78.8㎏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61.9㎏으로 10년 사이 21.4%나 급감했다.

지난 달 정부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고 쌀 시장의 구조적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2017 중장기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 3만 5000㏊ 감축하고 감축실적을 공공비축미 매입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농산시책 평가 등에 반영한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쌀 소비감소에 대비하고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청주시 역시 올해 쌀 재배 면적 감축을 위해 타 작물 경작을 권유하고 있다. 청주시 감축 목표면적은 전체 9408㏊ 중 약 425㏊로 4.5% 가량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모내기까지 두 달여 남겨둔 현재까지 농민들의 신청은 20㏊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쌀 변동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농민들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내 쌀 대농들은 대부분 임대-임차 형식의 농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타 작물로 전환할 땐 이 직불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신청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상당구의 한 농업인은 “벼농사 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농업도 흔치 않다”며 “타 작물에 비해 일손도 많이 들지 않아 쉽게 다른 작물로 갈아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 소비가 줄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생산면적을 줄이기 보다는 수입량을 축소하고 소비를 촉진하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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