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핵없는사회를 위한 충북행동 집행위원장
[투데이포럼]

2011년 3월 11일,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다.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이 20만명에 가까우며 녹아내린 핵연료는 아직도 빼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든 폐로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최대 4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올해 3월부터는 후쿠시마 내 일부 피해 지역에 대한 피난 명령이 해제됨에 따라 '원전 난민'들은 후쿠시마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들에 대한 주거 지원도 오는 3월 31일부터 중단될 예정이다. 이 죽음의 땅에는 갑작스럽게 암이나 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후쿠시마의 비극은 계속해서 진행중인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옆에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허가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님을 밝혀졌음에도 우리나라 핵발전 정책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원전밀집도가 세계 1위인 대한민국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인지도 모른다.

오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탈핵을 위한 가장행렬, 나비행진' 행사가 펼쳐진다. 전국의 약 80여개 단체로 구성돼 있는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6주기가 되는 3월 11일 이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나비행진은 후쿠시마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핵없는 사회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한 행사로, 많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다. 총 4개의 주제로 각각의 주제에 맞는 캐릭터 탈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며 행진을 하게 된다. 또한 참가하는 시민들이 직접 준비한 다양한 탈핵나비들을 선보일 예정이며, 개성 있는 분장과 가장행렬 등도 볼만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충북지역에서도 3월 6일~11일을 탈핵주간으로 선포하고 각 단체별로 거리에서 시민들과 탈핵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미 수명이 다한 노후한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더 이상 새롭게 핵발전소를 짓지 않으며, 안전한 대안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정책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지난 가을과 겨울, 깨어 있는 시민들의 참여와 요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탈핵사회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스스로 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감지하고, 그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럴 때 탈핵세상은 좀 더 빨리 우리 곁으로 올 수 있을 것이며, 후손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평화나비',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탈핵나비'의 자유와 평화를 향한 힘찬 날개짓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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