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투데이포럼]

전주장(全州欌)은 용목으로 만든다. 소목장 소병진은 용목을 귀하게 여기는 장인이다. 용목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일부가 병에 걸려 제대로 자라지 못해 옹이가 지고 뒤틀리며 단단해진 것이다. 가구장인 소병진은 옹이의 눈물방울 무늬와 고통으로 뒤틀린 나무의 용무늬를 찾아 문지르고 다독여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가구 전주장으로 살려낸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명품 바이올린은 성장을 멈춘 가문비나무로 만들었다. 유럽은 1645년부터 1715년까지 70년간의 소빙하기를 보냈다. 스트라디바리는 이 기간의 혹독한 추위를 견딘 알프스산맥의 가문비나무를 사용했다. 생존을 위해 극도로 성장을 자제한 결과 나이테는 촘촘해지고 목재의 밀도는 균일해졌다. 아픈 성장과정을 이해한 현악기의 장인 스트라디바리에 의해 역사상 가장 정교한 감정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바이올린이 되었다고 한다.

학생이 아프면 학교가 아프고, 교육이 병들면 미래가 없다. 아픈 나무, 성장을 멈춘 나무가 장인의 손길을 만나 가구와 악기로 새 생명을 얻었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 친구가 없어 혼자 점심을 먹거나 굶는 학생, 낙서나 SNS로 자살을 암시한 학생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장인은 누구인가.

충남교육청은 '으랏차차 아이사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위한 사제동행 프로젝트다. 지난해 4월 교장, 교감을 포함한 교원 471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으랏차차 아이사랑 수호깨비'가 출범했다. 교원 한명이 1~4명의 학생을 밀착 지원하는 것으로 중학생 694명, 고등학생 587명이 함께 했다. 수호깨비들은 직접 학교생활을 관찰하고 상담과 가정방문으로 부적응 원인을 파악해 학업중단위기·고위험군 학생을 선발해 정성스런 손을 내밀었다. 프로그램은 1단계 '마음열기', 2단계 '용기주기', 마지막 3단계는 휴일이나 방학을 이용한 테마체험 '함께 활동하기'로 진행했으며 1인당 15만~30만 원, 총 3억원을 지원했다. '1박 2일 티처 홈스테이'라는 훈훈한 이름으로 학생을 집으로 초청해 삼겹살을 구워 준 교감선생님, 결석대장 학업중단숙려 대상자의 새 아빠를 자처한 특성화고 선생님도 있었다. 자퇴를 생각하는 학생과 함께 국토순례를 한 고등학교 행정과장님, 비행기를 못타 본 제자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교장선생님의 배려도 잊히지 않는다. 수호깨비와 학생들이 불신과 절망의 벽을 허물고 신뢰와 희망의 성을 쌓아가는 이야기는 471가지에 이른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평온한 성정, 따뜻한 만남, 배움에 대한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교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으랏차차 아이사랑' 운영 결과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90%를 넘었고 95%의 교사가 재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교육청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3억 6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우울과 불안감으로 가슴에 옹이가 밝힌 학생, 생존을 위해 성장을 멈춘 가문비나무처럼 웅크린 아이들을 전주장과 바이올린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교사에게 있다. 새 학기를 맞은 아이들 가슴에 새순이 돋게 할 온기는 교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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