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강제 노역 지적장애인
청주지역 한 초등학교 입학
담임교사 말 주의깊게 경청
“너무 좋다”며 해맑게 웃어

지난해 7월 청주의 한 축사에서 19년간 무임금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화제가 됐던 일명 '만득이 사건'의 주인공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눈길을 끌었다.

2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의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고 씨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어린이들과 나란히 선 것이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그는 '만득이'라 불리며 지난 19년간 축사에서 강제 노역한 지적장애인이다.

학교 강당에서 열린 입학식 때 국민의례가 진행되자 그는 차렷 자세로 주변만 두리번거렸다. 함께 입학하는 19명의 면면을 비롯해 모든 것이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가득했다.

학교 교장의 입학 허가 선언이 있자 100여명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은 입학을 축하하며 박수를 쳤다.

교장은 "궂은 날씨가 걷히고 햇살이 나면서 입학식을 축하해 주는 것 같다"며 "여러분 모두 이젠 어린아이가 아닌 씩씩한 학생이 됐다"고 말했다.

6학년 학생과 서로 마주 보며 인사하는 '선후배 인사' 시간에는 고 씨만 한 박자 늦게 인사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입학식이 끝난 후 입학생들은 6학년 학생들과 2인 1조로 손을 잡고 교실로 이동했다.

고 씨는 자신의 교실인 1학년 1반 교실에 들어가 어색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맨 뒷자리인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책상 위에는 '1학년 1반 20번 고OO'이라고 쓰인 안내 책자와 교과서 8권이 놓여 있었다.

고 씨는 준비물 등 유의사항을 전달하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고 씨는 해맑은 웃음으로 "너무 좋다"며 짧은 입학 소감을 밝혔다.

고 씨의 교육을 맡은 특수 교사 옥근아(61) 씨는 "고 씨가 사회 일원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씨는 입학 동기들과 일반 학급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는 특수교사가 일주일에 2회 방문하는 '순회 교육' 방식으로 1회 2시간씩 한글과 숫자 개념을 익히는 등 특수 교육을 받는다.

임용우 기자 winesk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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