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규식
뉴질랜드 남섬, 패키지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두어 시간 달리더니 한적한 시골마을에 멈춘다.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와 교대한 후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그날 운행 일정이 10시간을 넘는 까닭에 운전자 휴식제를 감안하여 중간에 미리 기사를 교체한 것이었다. 대중교통이나 화물 트럭의 경우 운전자의 피로로 인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적절한 조치로 생각되었다. 장거리 버스 운전자들의 초고강도 근무일정, 시간이 곧 돈으로 직결된다는 화물트럭 기사의 살인적인 격무는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사고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건만 대책마련과 시행에는 굼뜬 우리 현실이다.

버스기사는 뉴질랜드의 경우 하루 10시간, 특별한 경우에만 약간의 초과운전이 허용되고 10시간 가량의 휴식이 엄격히 적용된다. 운전기록을 꼼꼼하게 적어야 하는 것은 물론 타이어에 부착된 타코미터에는 시간대별 주행기록이 입력된다니 편법이 발붙이기 어려워 보였다. 이런 제도적 규제보다 운전자 스스로 규정을 지키려는 의식과 고용주의 자세가 이런 제도 정착과 교통사고 감소의 중요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 다시 출발한 버스는 유명관광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는다<사진>. 음주운전 측정인가 싶었는데 운전자의 근무기록 체크를 위한 조치였다. 꽤 오랜 시간 각종 기록부와 타코미터를 점검하더니 드디어 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다. 우리나라에서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운전자 휴식을 의무화하는 규정이 도입된다는데 이 규정만큼은 편법, 탈법이 자행되지 않기 바란다. 중간휴식도 중요하지만 하루 운전시간 총량제 도입이 효율적일 듯 싶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과로를 강요당하고 화물차 운행횟수를 늘여 보다 많은 수입을 얻으려는 생각이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족쇄일진대 교통문화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전자의 적절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