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에게 듣는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내 경선 국민 200만 참여 예상...
유불리 속단 않고 소신대로 걸어갈 것,
노무현 이은 안희정의 기적 만들겠다
진보-보수 담론으로는 문제 안 풀려,
서로 다른 견해 인정하고 대화해야...
국회 다수파 총리추천권 주고 내각 구성
안보·외교 등 내각·여야 지도자회의 신설,
전작권 환수… 더 발전된 한미 관계 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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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는 “오른쪽, 왼쪽이라는 과거의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서로 다른 견해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젠 공존과 통합의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진보, 새로운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제공
대통령 탄핵과 맞물린 대선 정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3~4%의 지지도를 보이며 잠재적인 대권도전자 또는 ‘문재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로 분류되던 안 지사는 본격적인 대선 출마 선언과 행보를 하면서 지지도를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2~3달 사이에 20%대의 지지도를 보이며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정치권에선 그의 참신성과 중도끌어안기 전략, 정치적 확장성 등이 지지도 상승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선한 의지’ 발언과 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명성 문제 등이 겹치면서 지지도 정체기를 맞은 모양새다. 안 지사 특유의 ‘철학적·추상적 화법’이 오해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지사에게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서면으로 물어봤다.

-20%를 돌파 하는 등 가파른 지지도 상승세가 조정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인과 경선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안희정과 문재인 둘 중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던 삼자대결, 양자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온다. 국민은 이제 누가 정권 교체를 넘어 대한민국의 통합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 누가 '정권 교체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제 소신대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일단위로 변동되어지는 지지율보다는 제 마음의 소신대로 국민과 대화하면서 걸어가겠다. 국민께서 제가 말하는 시대정신에 대해 화답하고 응원해주실 것이다. 빠르게 가기보다 바르게 가고자 한 안희정의 진심을 알아봐주시고 당내 경선에서도 큰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대세론은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안희정’ 양강 구도라고 하지 않나. 대세론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경선에서 20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의 참여가 예상되는 완전국민경선제이다.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유리와 불리를 속단하지 않고 결정된 방식에 따라 충실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노무현의 기적에 이은 안희정의 기적'을 보여드리겠다.”

-최근 보수 진영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본인 주장대로 '진보주의자'가 맞나.

“분명한 것은 저는 진보주의자라는 것이다. 다만 보수와도 대화가 가능한 진보주의자다. 오른쪽, 왼쪽이라는 과거의 이분법으로 안희정을 평가하는 것에 반대한다. 저는 제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말하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기존의 진보-보수 담론으로는 문제가 안 풀린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하지 않았나. 과거 정치처럼 나를 선으로 두고 상대를 싹쓸이 하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서로 다른 견해를 인정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젠 공존과 통합의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진보, 새로운 보수가 필요하다. 제 기준은 분명하다. '5000만 국민의 이익'이 그것이다. 대통령은 51%의 지지를 받고 선출되더라도 5000만의 이익을 대표해야 하는 자리다.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49%에 대해서도 책임질 줄 아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협치’와 ‘연정’도 그 선상인 것 같다. 그렇다면 ‘협치’와 ‘연정’이 실효를 거둘 수 있겠나.

“우선 의회 과반을 점하는 다수파에 총리추천 권한을 주고 그 총리와 내각을 구성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쟁구도를 해소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에 맞는 국정운영을 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총선까지 3년이 남았다. 새 정부 전반기는 현재의 의석수대로 의회가 운영된다. 어느 후보가 되던 여소야대의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권교체 이후 실질적으로 국정이 작동되려면 의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남북대화와 개성공단 문제 해결 등 무수히 많은 합의들을 이끌어내야 하는 절박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의회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 통과시키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국가개혁과제에 동의하는 압도적 다수파가 필요하다. 지난해 그 탄핵 열기 속에서도 국회에서 법인세 1%도 못 올렸고, 열린우리당 때는 152석을 가지고도 사학법 하나 통과 못시켰다. 민주당 지도부가 어떠한 국가 개혁 아젠다를 가지고 어떻게 다수파를 형성할지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가장 힘 있게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가진 새 정부 출범 초기를 허송세월 할 수도 있다. 정당의 지도자들이 지금부터 대화를 해줘야 한다. 연정의 대상과 범위, 방식은 당 지도부의 역할이므로 저는 의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일관되게 '시대교체'를 말씀드리고 있다. 촛불광장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바로 세우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모적 정쟁과 발목잡기를 그만두고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념, 지역, 세대갈등과 중앙집권, 권위주의 등 20세기를 지배한 박정희 시대와 작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특권과 반칙을 척결하고 평범한 시민의 상식이 존중받는 민주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열과 반목을 끝내고 대화와 타협, 협력의 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그 통합된 힘으로 경제번영과 튼튼한 안보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대화와 타협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 정권교체 그 이상의 가치를 안희정이 실현하겠다.”

-안 지사는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계승하고 뛰어넘는다는 것인가.

“김대중 노무현의 길은 우리 민주당의 역사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분단 전쟁 독재의 시기에 민주주의와 정의, 평화, 통일을 지향해왔다. 또 중산층과 서민 등 사람들의 정의와 번영을 위해 좀 더 힘써왔던 당이다. 저도 그 길을 따라서 걸을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뛰어넘고자 하는 것은 두 분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는 것이다. 미완의 역사란 민주주의이며, 분단된 국가에서의 평화이다. 힘없고 백(뒷배경) 없는 사람의 인권과 기본권이다. 그것들이 두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이고 철학이다. 그 가치들을 이어받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저와 우리 세대의 과제이다.”

-최순실 농단사건에서 보듯이 청와대가 불러서 팔을 비틀면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옛날에는 실력 있는 정치인이 전화 한 통화로 대출심사결정을 대신 했다고 믿었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금융권의 대출심사와 규정들이 예전보다 제도적으로 정교화됐다. 모든 부정과 부패는 전화 한 통화로, 사회적 권력으로 정상적 정책결정을 뛰어넘는 특수 권력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청와대가 그러한 실질적인 특수한 권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윗물이 맑아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특수한 권력에 서려고 하면 안 된다. 제도적으로는 협치의 구조를 높여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장치를 강화해서 청와대 수석 등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실력행사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북문제와 사드배치, 한일 위안부 재협상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 외교·안보 전략은.

“힘찬 국방, 당찬 외교, 활기찬 남북관계의 기조 아래 안보·외교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다. 안보·외교·통일·통상의 문제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내각과 여야 지도자가 참석하는 '안보·외교 지도자회의'를 신설할 것이다. 힘찬 국방의 첫 과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이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 더 발전된 한미 파트너관계를 이룩하겠다. 나아가 민생안보의 개념을 도입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도전에 대응하고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겠다. 당찬 외교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교량역할을 할 것이다. 미·중·일과 아세안 국가들의 협력과제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능동적 외교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다. 활기찬 남북관계의 시작은 대화이다. 대화재개 모색, 대화재개, 비핵화 프로세스의 단계적 접근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사회 모든 부문에 뿌리내리고, 대화와 타협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모으고, 튼튼한 안보와 당찬 외교로 우리의 생존을 지켜내겠다.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며, 활력 넘치는 경제의 과실이 정의롭게 나눠지는 그런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 민주주의의 원칙대로 가장 국가를 잘 운영할 안희정에게 그 역할을 맡겨달라. 시대교체, 세대교체, 정권교체의 과업을 완수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정리=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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