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 충남대학교병원장
[시론]

많은 이들에게 CIMIT는 생소할 것이다. CIMIT은 Center for Integration of Medicine and Innovative Technology의 약칭으로 1998년에 미국 보스턴 지역의 병원, 연구소, 의과대학 및 공과대학과 산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건의료 R&D의 사업화를 위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비영리 조직이다.

미국의 보스턴처럼 대전은 보건의료와 관련된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술사업화하기에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다. 국가 과학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초과학연구원, 대학, 카이스트 및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연구소 및 벤처·중소기업들은 상급종합병원과 단기간 내 임상적용을 목표로 하는 연구 인프라 혹은 프로그램을 구축해 보건의료 R&D의 사업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자발적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뿐만 아니라 미래 과학기술의 혁신모델 도시로 발전할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주요 대학들이 유치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바이오·의료 연구혁신을 위한 개방화된 대학병원이 개원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생명과학 및 보건의료 클러스터는 형성과정에 따라 자생적, 정부 주도형, 대학 주도형으로 구분된다. 보통 전통적으로 과학기술 기반이 우수한 경우 자생적 혹은 대학 주도형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정부 주도형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미국 최고의 대학들이 위치한 보스턴의 CIMIT은 자생적 클러스터에 해당하고 중국의 중관촌 생명과학단지 및 상하이 국제의학원구 등은 정부 주도형 클러스터에 해당된다. 대전·세종은 클러스터 형성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운영할 수 있다. 대전·세종 충남대학교병원과 카이스트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민간 벤처기업·중소기업들과 자생적 클러스터를 형성하기에 탁월하다. 또 대전·세종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 정부출연 연구기관, 특허법원 등 클러스터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행정적인 뒷받침과 제도적인 여건 조성도 타 지역에 비하여 월등하다.

대전·세종은 국가 과학의 메카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만큼 이제는 보건의료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기술사업화 하기 위한 생태계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 대전·세종의 보건의료 클러스터는 연구중심병원,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모두가 참여해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지리적으로 근접한 정부기관의 협력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먼저 예산을 설정하고, 기금 조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공동으로 부담하는 전문 펀드를 기획하고 세제혜택 등을 추진해 클러스터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 보건의료 혁신 아이디어에 대한 기금의 지원 방향 설정도 클러스터의 성공과 정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기금 지원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창업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가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데 실패할 수 있으나 창의적이고 파급력이 큰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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