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잘 있어가 학교야 느티나무야 떠나간들 너희를 어떻게 잊는단 말이냐. '가' 자도 모르는 나였다. 6과 9를 가리지 못하였던 나였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음 교문에 들어선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벌써 6년 내일 모레는 졸업이란다."

초등학교 6학년 국어책에 '졸업을 앞두고'라는 글에 나왔던 내용이다. 공부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았던 때였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음 학교에 갈 때 입었던 새 옷 왼쪽 주머니에는 손수건이 달려 있었다. 코흘리개 입학생들의 상징이었다.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에 유학왔을 때 도회지 애들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다만 시골 학교의 그 정 넘치던 생활과 비교할 때 청주의 중학교 생활은 너무 기계적이어서 '학교가 뭐 이래?'하는 생각에서 잠시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며 성적이 엄청 떨어진 적도 있었다. 다행히 고생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에 철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노력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아버님으로부터 '너는 국립대학에 가야만 등록금을 대 줄 수 있다'는 말씀을 듣고 한 눈 팔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었다.

때가 때인지라 입학과 학교에 대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며 너무 큰 변화에 많이 놀랐다. '아무개 애는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아직도 한글을 잘 몰라 걱정이 크다고 하더라'는 말에 옆에 있던 직원이 '아니 지금 그런 애가 있어?'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중학교도 그렇고 고등학교도 그렇고 모든 교과과정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란 말에 나는 놀랐다.

몇 달 전 교육감께서 의료원 문화센터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토크 쇼에서 지금의 교육은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best one)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본인만이 잘하는 분야(only one)를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생각나 씁쓸해 지기도 했다.

의학적인 면에서도 변화는 있다. 위생상태가 많이 좋아진 지금은 감염성 비염으로 흘리던 누런 코를 닦기 위해 붙였던 손수건은 사라지고, 반대로 환경 변화에 따른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코가 막히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일반인들로 ADHD로 알고 계신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아이들도 초등학교를 입학하며 적지 않은 수가 진단을 받게 된다. 스마트 폰 중독도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대학병원에 갔더니 '공부 잘 하기 위한 클리닉'이라는 간판이 있어서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알아보았더니 ADHD, 스마트폰 중독 학생들을 치료하는 클리닉이었다. 처음에는 과잉홍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내 '맞다' 라며 공감했다.

지역사회의 공공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청주의료원은 충북도교육청,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학교 폭력은 물론 학교 부적응 학생이 있으면 우리 공공의료팀에서 직접 해당 학교로 찾아가 학생을 만나고 절차를 밟아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또한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학교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 하시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원 정신 건강 증진 사업'은 교육청의 지원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런 공공보건 사업이 열매를 맺고 있다. 의료원 근처의 한 초등학교가 중심이 되어 활동 중인 지역 아동 복지 협의회에 참석했다. 동참하신 기관장들께서 '청주의료원의 좋은 프로그램 때문에 문제를 가지고 있던 학생들이 치료되어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며 찾아온다고 하시며 이 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시는 것을 들으며 큰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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