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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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돈 없이는 한발자국도 못 움직인다. 돈을 써야 먹고 입고 살아갈 수 있다. 돈도 돈이지만 나라에 세금도 바쳐야한다. 그래야 도둑도 잡아주고 깡패도 잡아준다. 4500원 짜리 담배 한 갑을 사면 3300원이 세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름도 배꼽을 잡는다. 건강 망치는 담배에 '건강증진기금'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소주 한 병을 마셔도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72%다. 자동차도 세금으로 달린다. 휘발유 가격의 62%가 세금이다. 10만원 주유하면 6만2000원이 세금이다. 서민들의 마지막 꿈인 로또도 세금덩어리다. 1억원 짜리가 됐다면 소득세 2000만원과 지방소득세 200만원을 내고 나머지를 받는다. 머지않아 산소 값을 내고 숨을 쉴 날이 올지도 모른다.

▶'벚꽃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장밋빛 미래'를 내놓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공약(空約)' 박람회가 시작됐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겠다(건물 신축비만 180조원이 든다), 육아휴직 3년을 보장하겠다(그러다간 회사에서 잘린다), 모든 국민에게 매년 30만원을 주겠다(年15조원이 필요하다),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겠다고 헛소리들을 늘어놓는다. 공약만 보면 취업걱정 끝이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은 해마다 돈이 드는 계속성 사업이다. 일자리 100만개를 유지하려면 매년 22조원이 소요된다. 할인율 연 2%를 적용해 지속적인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환산하면 무려 1100조원에 이른다.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선 지금 400조원대인 국가 예산을 800조원대로 올려야한다.

▶돈을 쓰겠다고는 하는데 돈이 없으니 결국 증세다. 남의 돈 걷어서 인심 쓰겠다는 심보다. 우리 국민은 조선시대 백골징포와 일제의 횡포를 경험한 데다 6·25 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벼 낱알을 세는 인민군까지 겪은 탓에 '세금=수탈' 인식이 강하다. 틈만 있으면 국민 주머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게 세금의 속성이라지만 불합리한 세금은 민심을 떠나게 만든다. 공약을 막 던지는 후보는 뽑지 말아야한다.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세금 징수자를 왕과 도적에 비유하면서 그놈이 그놈이라고 했다. 결국 같은 약탈이라는 것이다. '가혹한 정치(무리한 세금 징수)는 호랑이보다도 무섭다.'(논어)

▶세금은 현명하게 걷어야 한다. 나랏빚은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현명하게 뽑아야한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를 거치며 우리의 삶은 달라졌는가. 행복보다는 ‘불행의 절벽’에 가깝다. 고용절벽, 소비절벽, 빚 절벽, 수주절벽, 산업절벽, 계층절벽, 세대절벽, 정치절벽, 문화절벽, 인구절벽 등등…. 정권의 '곤조'를 겪으며 복닥복닥 사는 인생도 절벽이다. 매번 속으면서 또 뽑아야하는 민초의 삶도 절벽이다.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뽑아서는 안 된다. 진짜 위험은 ‘절벽’ 같은 삶이 아니라 '절벽'이 아닌 곳에 있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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