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98주년 3·1절] 광복회  정선흥  대전지부장 인터뷰
후손들 독립운동 역사교육 앞장
태극기 무분별 사용 우려스럽다

▲ 광복회 정선흥 대전지부장.
1919년 3월 1일. 한반도 전체가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독립 의사를 온 세상에 알린 그날의 함성이 긴 시간을 돌아 98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정신이 일궈낸 날이지만 조국애와 국가관이 퇴색하기도 하는 오늘날 선열의 희생정신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무관심에 지나쳐 버리는 3·1절의 진정한 의미를 정선흥(80) 광복회 대전지부장을 통해 들어봤다.

정상길 애국지사의 손자인 정 지부장은 “3·1절은 나라를 잃은 고통을 견딜 수 없다며 나섰던 수많은 의사와 열사, 생존해 있는 각 지역의 애국지사들의 희생정신이 담긴 살아있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정 지부장은 매년 돌아오는 3·1절이면 상해임시정부 당시 독립자금 지원을 위해 애썼던 조부가 떠오른다. 정 애국지사는 상해임시정부 산하 ‘철원애국단’ 소속으로 충남에서 독립군 자금을 모으는 총책임자였다. 정 애국지사는 당시 전 재산을 팔아 독립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상해임시정부에 전달하다 붙잡혀 재판을 받은 뒤 서대전형무소에서 1년 6개월의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정 지부장은 평소 “우리가 못 배워서 일본에게 침탈당했으니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달해 그들이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조부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오며 지금의 광복회 지부장의 자리에 앉았다.

올해로 임기 2년째를 맞는 정 지부장은 조부의 말씀대로 후손들에게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그는 애국심 선양을 위한 장학사업과 함께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태극기 그리기 대회’, ‘애국심 함양 글짓기 대회’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정 지부장은 “3·1절 등 기념일에나 겨우 열리는 정부나 지자체의 애국행사로는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갈 수 없다”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들의 사상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후손들에게 이어져야 하는 만큼 유년기에 알맞은 역사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지부장은 대전지부 소속 회원 160명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훌륭한 선조들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지 못한 채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지부장은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이 모인 정신적인 단체”라며 “생계 유지를 위한 연금이 아닌, 이들이 뿌리를 되찾는 배움의 활동에 보탬이 되고, 이를 후손들에게 알릴 수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태극기 의미 변질’에 대한 입장도 조심스레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독립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해 엄숙한 마음으로 존엄성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무분별하게 태극기를 사용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로 여겨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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