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서 잘못사용 화나”
청주 탄핵반대 집회서 불 질러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 분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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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탄핵 반대 집회 시위도구로 사용된 태극기를 불 태운 20대 남성에게 경찰이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 26일 청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태운 A(21) 씨가 우리나라를 모독할 의도는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기 때문이다. 국기 모독죄는 대한민국을 모독할 목적으로 태극기나 국가 휘장을 훼손해야 성립된다.

26일 오후 2시경 청주 상당공원에서 A 씨는 태극기에 불을 지른 혐의로 인근 지구대로 임의동행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나가다 집회 현장을 목격, 근처 마트에서 시너를 사와 땅에 떨어진 태극기에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상당공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A 씨가 국가와 국기를 모독할 의도가 있다면 국가 모독 혐의로 형사 처분을 받는다. 형법 제105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경찰에서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며 “태극기를 집회에 이용하는 등 잘못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났을 뿐 국기·국가를 모독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도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를 손괴한 혐의(재물손괴)를 적용할 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훼손한 혐의(국기모독)로 처벌할 지, 공공장소 소란 등의 혐의(경범죄 처벌 법위반)인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다시 불러 추가조사를 통해 혐의와 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법부는 지난해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행위에 대해 국기 모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국기 모독)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B (24)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격분해 태극기에 불을 붙였다”며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을 모독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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