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다이소·포켓몬…韓흔드는 日브랜드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올해는 대표적 항일 독립운동 '3·1운동'(1919년 3월 1일)이 일어난 지 98년,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서 해방(1945년)된 지 72년이 되는 해이다.

'국교 정상화'(1965년)' 이후 5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여전히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역사적 사실과 진정한 사과를 외면하는 일본의 태도에 많은 한국인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유통 시장은 이런 한국인의 보편적 반일 감정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드문 영역이다.

가격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일본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사례가 적지 않다.

◇ 한국에선…SPA 1위 유니클로·다이소 매출 3년새 80%↑

가장 대표적 사례가 일본계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다.

27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현재 국내 SPA 브랜드 가운데 단연 매출 1위다.

2005년 한국에 첫 매장을 연 유니클로는 약 10년만인 2014회계연도(2014년 9월 1일∼2015년 8월 31일)에 마침내 매출(1조1천169억 원) 1조 원을 넘어섰고, 2015회계연도 매출은 1조1천822억 원까지 늘었다.

한국 진출 첫해 매출(204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1년 사이 58배로 뛴 셈이다.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의 옷을 합리적 가격에 선보인 게 비결"이라는 유니클로 관계자의 설명처럼, 긴 불황에 가성비를 소비의 '제1 원칙'으로 삼는 한국인의 기호에 유니클로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100엔 숍'이 뿌리인 한국 다이소의 고속 성장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다이소의 매출은 지난해 1조5천6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5년(1조2천억 원)보다 30% 늘었고, 2013년(8천850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 76.3%나 매출이 급증했다.

실적 호조와 함께 국내 다이소의 점포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850개 정도였던 다이소 매장 수는 2015년 1천 개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1천150개에 이르렀다.

다이소 관계자는 "사내 품질 관리팀을 따로 두고 제품 수준을 엄격하게 유지해 '가성비'가 뛰어난 데다, 최근에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개발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톰보·마징가 계보 잇는 란도셀·포켓몬

1970~1980년대 학생들이 '펜탈(Pental)', '톰보(잠자리표·Tombow)' 등 일본 브랜드 샤프펜슬·지우개 등에 열광하고, 같은 시대 부모들이 큰마음 먹고 아이들에게 일제 '코끼리표(조지루시·象印)' 보온도시락 사서 들려 보냈듯이, 2017년 지금도 일제 학용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최근 수 년 동안 '있는 집'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본 초등학생용 책가방 란도셀의 경우 가격이 40만~70만 원대에 이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올해 역시 새 학기를 앞두고 각 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등에서는 란도셀 책가방이 베스트셀러(인기 품목)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1970년대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마징가'가 한국 어린들의 동심을 달랬듯, 최근 완구·캐릭터·게임 시장에서도 포켓몬·요괴워치·파워레인저 등 일본에서 건너 온 콘텐츠와 제품들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수년째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마다 한국 부모들은 요괴워치와 파워레인저 장난감 '품귀' 사태로 발을 동동 굴렀고, 포켓몬은 자체 캐릭터 상품의 '히트'뿐 아니라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형태로도 지난달 24일 상륙해 이후 한 달간 하루 평균 387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신드롬(증후군·특징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6년께부터 한국 시장에 소개된 '군(GOO.N)', '메리즈', '무니망' 등 기저귀도 한국에서 히트한 대표적 일본 상품의 하나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고 2010년 전후로는 수입량이 국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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