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투데이포럼]

요즈음, 공직사회의 화두는 '청렴(淸廉)'이다. 필자가 소속된 청주시뿐 아니라,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공공기관과 지자체까지 '청렴지수'를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직자는 왜 청렴해야 하는 걸까.

공직의 부패는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사안(事案)의 크고 작음을 불구하고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나비의 가냘픈 몸짓이 큰 재난을 불러오듯, 공직자의 작은 일탈행위 하나는 국가와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그것이 국민의 삶을 황폐화하고 국가를 몰락시키는 단초(端初)가 되기도 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세월호 사건이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정농단사태 또한 공직의 부패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대다수 사람들은 믿는다. 모든 책임이 공직자들에게만 있다 할 수는 없겠으나 문제의 시작점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엄중하다. 공직의 부패는 국가를 병들게 하는 악성 바이러스다.

조선 후기 대경륜가이며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인 목민심서에는 "우리 조선의 청백리(淸白吏)로 뽑힌 이가 통틀어 110인 인데, 태조 이후에 45인, 중종 이후에 37인, 인조 이후에 28인이며, 경종 이후에는 이렇게 뽑는 일 조차 끊어져 나라는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은 더 곤궁하게 되었으니 어찌 한심스럽지 않겠는가”라고 한탄하신 내용이 담겨있다.

조선이 1392년 개국했고 정약용 선생께서 활약했던 시기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이었으니 대략, 400여년간 청백리로 선발된 관리가 110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관리부패는 그 시대의 가장 큰 병폐였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사회는 어떤가. 독일의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2016년 국가부패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평가대상인 176개 국가 중 52위(2015년 37위)를 차지했다. 아프리카의 르완다(50위)나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브루나이(41위), 부탄(27위)보다 못한 순위이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는 모든 영역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및 정치인들에 있어 부패가 존재한다’라고 인식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 시대와 오늘을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조선시대에는 관리가 정치인이고 정치인이 곧 관리였으니 시사(示唆) 하는바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직의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법과 관행을 개선하고 죄에 대해 엄벌하는 것도 필요하겠으나 그것에 우선해 청렴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다산 정약용 선생은 "청렴은 수령의 본무(本務)로 선(善)의 근원(根源)이요. 모든 덕(德)의 뿌리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할 수 없다. 청렴한 자는 청렴함을 편하게 여기고 슬기로운 자는 청렴을 이롭게 여긴다”며, 관리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청렴한 마음'을 갖고 살기를 권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공직자가 정약용 선생의 이 말씀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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