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인 쌀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급기야 쌀이 지난해 농축산 생산액 1위 자리를 돼지에 내주는 이변이 일어났다. 쌀 가격이 폭락하면서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이 농축산물 생산액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식습관의 서구화, 혼밥족 증가 등으로 쌀 소비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쌀 수급정책이라야 농촌을 살릴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품목별 농업 생산액 가운데 1위는 돼지로 6조7702억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쌀 생산액은 6조4572억원에 머물러 돼지에 1위 자리를 내눴다. 올해도 돼지 생산액(6조6003억원)이 쌀(6조5372) 생산액을 능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쌀 재배농가가 양돈농가보다 174배나 많고, 농업정책이 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엄청난 변화다.

쌀이 부동의 1위 자리를 돼지에 내준 것은 쌀값 하락에 기인한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은 1가마니(80㎏)에 12만9711원으로 전년(15만659원)보다 무려 14%나 떨어졌다. 산지 쌀값이 13만원 선 이하로 떨어진 건 1995년 이후 21년 만이다. 여기에다 쌀 소비는 매년 감소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9.6㎏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쌀 소비량 59.6㎏은 하루 약 163g 정도로 한 공기 반도 채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1970년의 373.7g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일본도 1인당 쌀 소비량이 50㎏, 대만도 40㎏정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쌀 소비량을 늘리기보다 감소율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소비는 감소하는데 생산량은 줄지 않아 창고에 재고 쌀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양곡 재고량은 200만t에 달한다. 쌀 소비 감소요인으로 인구의 고령화, 혼밥족 증가, 식생활 변화를 꼽는다. 고령층은 밥을 적게 먹고, 혼밥족은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의 서구화는 쌀보다 대체 식품 쪽에 눈을 돌리게 한다. 식생활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면 쌀 수급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